[월드컵] 다시보는 5월31일

기사입력 1996년 06월 01일 14시 52분

## "기자회견서 발표" 집행위원들 함구@@ '공동개최' 확정 수초만에 세계타전 한국과 의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된 5월31일 하우스는 이른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집행위원들의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모두 구구한 추측들로 연결되곤 했기 때문이다. 오전 8시45분(이하 현지시간)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기자들에 둘러싸인 회장이 10분여만에 포위망(?)을 풀고 하우스에 들어간지 4시간40분후. 건물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전날밤 한-일 유치캠프의 긴박했던 분위기를 들먹이며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기자들이 일제히 현관쪽으로 내달렸다. "야, 나오기 시작한다."

일순 말할 수 없는 긴장이 흘렀고 멋모르고 처음으로 나온 헨리 폭() 집행위원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1백여명의 취재기자들과 방송카메라, 마이크의 숲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때가 오후 1시40분.

그러나 헨리 폭은 쏟아지는 질문에 빙그레 웃음을 머금은채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뭔가 있긴 있는거야.'

우리에게 낯익은 인물이 현관문을 나선 것은 8분 뒤.

바로 공동개최를 주창했던 요한손 유럽축구연맹 회장이었다.

그러나 기자들의 바람도 아랑곳 없이 요한손은 체구만큼이나 무덤덤한 표정으로 빠져나갔다. 모두들 허탈감에 빠지기 시작했고 신문사 마감시간에 걸린 기자들은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1시52분.

드디어 또한번 현관문이 열리고 금테안경을 낀 아담한 체구의 흑인이 나타났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잭 워너씨-.

앞서 두번이나 속았던 경험 때문에 `행여나-' 하던 기자들은 다음 순간 눈에서 불이 튀는 것을 느꼈다. "코-호스트(Co-host;공동개최)-."

또렷한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십대의 핸드폰이 한꺼번에 신호음을 울리기 시작했고 공동개최 확정소식은 불과 수초만에 세계각국에 타전됐다. 3년간의 지리한 유치싸움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 취리히=김동국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