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공동개최 '완벽한 한국승리'
기사입력 1996년 06월 01일 14시 52분
3년 가까이 이어져온 한-일간의 2002년 유치경쟁이 결국 공동개최로 결론이 났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선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그동안 공동개최론이 고개를 들때마다 가차없는 질책을 하곤했던 축구팬들은 아마도 `배신'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지에서 개최지 결정과정을 지켜본 기자로선 이번 공동개최로 한국이 `스타일을 구겼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취리히 현지에선 오히려 `한국의 완벽한 승리'라고 보는 분위기다.
결과가 발표됐을때 한국의 표정이 밝았던 데 반해 은 마치 벌레씹은 표정이었던 것이 이를 말해준다. 나아가 은 이날 결정을 하나의 `쇼크'로 받아들이는듯 했다.
단독개최를 조건으로 15개 지방자치단체와 30여개에 이르는 후원사들이 모아준 돈으로 유치활동을 해온 으로선 끝까지 `모 아니면 도'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의 공동개최 수용도 `세불리'를 인식한 아벨란제의 권고에 마지못해 따른 인상이 짙다. 이에 비해 한국은 주어진 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었다.
이번에 새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요한손의 공동개최 주장은 벌써 2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는게 회장의 고백이다. 아벨란제를 물리치자니 반대파인 요한손의 유럽연맹과 공동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유럽연맹의 공동개최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한국은 출발부터 `절반의 승리' 이상은 바라보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공동개최가 한국에 반드시 `절반의 승리'에 그치란 법은 없다.
과 대등한 입장에서 월드컵을 치른다면 해외서의 인지도 역시 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릴 수가 있다. 북한까지 끌어들여 3국이 2천년대 첫 스포츠제전을 치른다면 이것이야 말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촉진시키는 최상의 카드가 될 것이다. 축구 역사상 처음인 공동개최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 많다.
단독개최가 안됐다고 해서 실망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김동국 취리히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