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 통신]
기사입력 1996년 05월 31일 16시 09분
**경마 베팅 '50배 배당'행운 오려나 `맞기만 하면 최소 50배라는데 왜 안 맞을까. 동료 선수들은 당첨 확률이 꽤 높다고 하던데.' 투수 가시마가 내 돈을 걸어준 경마 얘기다.
가시마는 어느날 내게 오더니 자신에게 4번의 기회를 주면 경마에서 이기게 해주겠다고 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가시마에게 1만엔씩 2번을 주었는데 모두 `꽝'이었단다.
인들은 경마뿐만 아니라 파친코, 경륜, 모터보트 경주 등을 상당히 좋아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 중에는 중견수 오토가 여러번 큰 당첨을 해 `파친코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고, 가시마와 유격수 고모리는 쌍벽을 이루는 경마광이다.
에서는 큰 경마가 열리는 날이면 스포츠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등 떠들썩하다.
경마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은행을 통해 당첨되면 돈이 통장에 입금되고, 잃으면 즉시 빠져나간다.
한번은 가시마가 경마에 투자한 것이 당첨돼 저녁을 잘 얻어먹었던 기억도 있다.
파친코에는 나도 가끔은 가는데 스트레스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선 하기가 싶고 당첨되었을때 기계에서 나오는 축하음이 좋아 비교적 자주 찾는 편인데 파친코의 고객은 할아버지 할머니 주부들이 많다.
특히 개업하는 가게는 당첨 확률이 높아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나는 승운이 좋아서인지 의 동료들은 나에게 `황금의 손'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만큼 이기는 경우가 많고 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혹시 을 방문할 독자들을 위해 귀조해 드리면 `고모(黃門)짜'라고 하는 게임은 0, 2, 4, 8 등 짝수의 조합이 자주 나오면 당첨 확률이 없는 기계란다.
에는 작은 도시에도 야구장과 축구장, 골프장을 갖춘 스포츠파크가 있고, 자전거를 타고 파친코를 찾아가는 인들에게 이런 오락들은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인 듯하다.
때문에 고소득층에 속하고, 사생활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점잖은 프로선수'들은 에서도 돈이 많이 드는 골프를 주로 한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때는 나도 다쓰나미 이마나카 등 팀의 주전 선수들과 함께 필드에 나갔었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는 경기와 재활훈련에 바빠 나갈 틈이 없었지만 호시노 감독이나 이마나카 등은 시즌중에도 휴일에는 골프를 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골프가 위화감을 조성하고, 도박성 오락들은 사행심을 조장한다며 나쁘게 인식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
요즘 나의 관심은 한군데에 쏠려 있다.
경마광인 가시마가 남은 2번의 기회에서 행운을 가져다줄 지 여부다.
당첨되면 50만엔(약 370만원)은 번다니까 꽤 짭짤할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