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초단 ●김영삼 2단 = 본선 토너먼트 제1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30일 17시 20분
제9보 (80~88)=11분 동안 신중하게 숙고한 백 80. 흑 두점을 포획한 중앙라인을 기준으로, 좌반부를 최대한 키우겠다는 웅지의 첫 삽질이다. 13세 소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범한 착상. 좌변에 백의 병력이 투입되면 `좌반부 석권'은 결코 몽상에 그치지는 않을 터. 백 80에 흑 81은 생략할 수 없다. 손뺐다가는 당장 백 `가'를 당해 후수로 움크려 살아야 하는 비참한 꼴을 초래한다. 백 82로 기립할 때 노타임으로 좌하쪽에 들이박힌 흑 83. 청년의 의도는 명백하다. 중앙 흑
에 대한 축머리를 활용해 좀 더 효과적으로 백의 `좌반부 구상'을 저지하겠다는 것. 어쩌면 진작 백으로 꼬부려 으 석 두점을 살려두지 못했던 수순의 미스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은 보상심리도 작용했는지 모른다. 잠시 여기서 쌍방의 소비시간을 체크해보면 백이 사용한 시간은 60여분. 그동안 흑은 20분 정도를 소비했는데 상변 백진을 깨고 중앙으로 흘러나온 이후는 거의가 노타임이다. 다시 말해서 백이 사력을 다해 좌반부 경영에 나선 지금, 흑은 완연한 `낙승 무드'에 젖어 있다는 뜻. 이런 마음가짐의 차이가 향후 국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흑 83, 85, 백 84, 86의 교환은 좋지 않았다'는 게 검토실에 둘러앉은 기사들의 공통된 견해. 흑 83, 85의 자세도 그다지 안정된 모양이 아닌 데다 자연스럽게 백 84, 86의 벽이 형성되는 바람에 백 `나'로 뛰어드는 뒷맛이 훨씬 강렬해졌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여기는 처럼 간명하게 안형을 취해두는 게 좋았다. 흑 87은 타개의 상용수단. 소년은 4분간 턱을 괴더니 이윽고 백 88로 힘차게 젖혀간다. 그렇잖아도 빌미를 찾던 비세의 국면에서 나의 세력권으로 뛰어든 상대를 곱게 풀어줄 이유는 없지 않은가. 또 한바탕 흙먼지가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