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 (18)
기사입력 1996년 05월 27일 16시 43분
낙양 교외의 한 아담한 저택.저택의 깊은 정실에는 대여섯 명의 인물이 원탁을 중심으로 약간 심각한얼굴로 마주앉아 있었다.한결같이 비범해 보이는 인물들.상석에는 도관을 쓰고 부채를 거머쥔 매부리코의 중년 문사가 음침한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그는 중무련의 군사인 천도서생 방일비였다. 방일비 아ㅠ에는 중무련의 기남아 남궁도가 예의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그 좌우에는 네 명의 노인이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좌정하고 있었다.태양혈이 돌출된 것으로 미루어 절정 고수들로 보여진다.그들은 바로 사대문파의 장로급 인물들이었다.이 저택은 중무련의 중간 연락처로 사용되고 있는 비밀 집회소였던 것이다.그러면 이들은 침중한 얼굴로 둘러앉아 무슨 의논을 하고 있는 것일까?남궁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건 중무련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오. 불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고. 석소저의 눈을그지경으로 만든 사람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오."장로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는 궁술에 조예가 깊었다면서요?" 군사인 방일비가 좌중을 둘러 보았다."궁을 다루는 솜씨가 신묘하지 않았다면 어찌 염정선라 석부용 같은 고수가한쪽 눈을 잃을 수 있었겠소."침묵을 지키고 있던 장로 한 명이 불쑥 입을 연다."궁술이라면 천산신궁 천관웅입니다. 오죽하면 천산신궁의 화살이라면태양도 떨어뜨린다는 소문이 있지 않습니까?"방일비가 대꾸했다. "천관웅은 5년 전에 장백산으로 은거한 후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하오."남궁도는 여전히 노기가 서려있는 얼굴이었다."상대가 누구이든간에 반드시 석소저의 복수를 하고말 것입니다.별천무상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방이리는 의기가 넘치는 남궁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준다."과연 남궁대협답소. 우리는 대협의 행로를 전적으로 동조할 것이오.그보다 황금사원의 봉황곡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게 우리 중무련의 중론입니다."남궁도의 안면에 의혹이 떠올랐다."무슨 뜻입니까?" "황보백령이 중원에 들어온 목적은 분명합니다. 그녀는 우리 중무련에 대하여 복수를 하려는 것입니다."사대문파의 장로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했다.남궁도는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던 의문을 묻는다."대관절 황금사원과 중무련 사이에는 어떤 은원이 존재하는 겁니까?"그러자 방일비를 비롯한 장로들은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이야기를 꺼내기 곤란한 듯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이때 어디선가 냉랭한 음성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