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20년만에 거리 등장
기사입력 1996년 05월 27일 16시 35분
##압구정-신촌등지... 70년대 거리 풍경 부활
`뽑기'가 돌아왔다.
70년대 중반 `떡볶이'가 꼬마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던 시절, 정부의 불량식품 단속으로 자취를 감췄던 뽑기가 근 20년만에 서울 압구정동과 신촌 등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말부터 한 두사람씩 영업을 시작한 상인들은 5월 대학가 축제시즌을 맞아 수십명으로 늘었고 신촌 태림레코드 네거리의 경우 10m 마다 한 사람씩 뽑기 좌판을 열고 있다.
신촌에서 뽑기를 팔고 있는 주모씨(45)는 "대학생 등 신세대는 물론, 가족끼리 나와서 10여개씩 사가는 사람도 있다"면서 "주말이면 200~300개씩은 팔린다"고 말했다.
개당 가격은 500원. 20년전에 비해 무려 50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뽑기를 판다는 소리를 듣고 일부러 신촌까지 나왔다는 황재익씨(26.서울 남가좌동)는 "맛도 그대로인데다 무늬대로 뜯어내다 보니 어린시절 생각이 난다"며 감격해 했다.
뽑기 속 무늬도 20년전 그대로다.
버선, 비행기, 우산, 별 모양 등이 있는데 무늬대로 뜯어내 보너스를 받기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어서 양복입은 신사나 다 큰 처녀들이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 바늘에 침을 발라가며 무늬를 파내는 모습은 가관이다.
회사원 이준일씨(32.서울 은평구 신사동)는 "어린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다"면서 "불량식품인 것은 알지만 제대로된 좌판이 생겨 1년 내내 사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