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승무원이 만난 별난 배낭족]
기사입력 1996년 05월 27일 16시 27분
## "돈 크라이 포 미, 탱고…"
얼마전 브뤼셀에서 서울로 오는 기내에서 만났던 야물딱진 20대 배낭족 Y양의 모험 스토리.
Y가 내 시선을 끌게 된 것은 기내식을 한개 더 달라고 애교(?)를 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유럽 여행 도중 고생과 한숨으로만 배를 채웠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면 공짜(?) 기내식으로 포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 게눈 감추듯 기내식을 비우며 Y가 털어놓은 유럽 체험기는 `프렌치 커넥션' 못잖게 흥미진진했다. 누가 Y를 밥도 제대로 못챙겨먹을 정도로 가슴아프게 만들었을까.
그 고약한 상대는 Y가 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는 출신의 후앙이라는 젊은이였다.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를 뺨치게 닮았다는 후앙은 세련된 매너와 친절한 미소로 `향수병' 초기에 접어든 Y의 마음을 홀딱 사로잡았다. Y는 후앙을 `탱고'라고 부르며 호감을 가졌다. Y가 를 둘러본 후 으로 가겠다고 하자 `탱고'도 같은 일정이라면서 기꺼이 동행하겠다고 했다. 정열적인 남미의 길동무를 얻은 Y는 즐거운 기분으로 북부역에서 야간 열차를 탔다. 같은 콤파트에 들어간 남남북녀(남반부.북반부)는 마라도나에서부터 2002 월드컵 유치까지 `공동 관심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야간열차서 배낭 도둑맞아 4일간 추적끝에 잡아 Y는 사랑을 꽃피우다가 그만 잠이 들고말았다. 그러나 다음날 눈을 떴더니 `일장춘몽'이었다. `탱고'도 없었고, Y의 배낭도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Y는 탱고가 배낭족을 전문으로 하는 사기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Y는 포기하지 않았다. Y는 끈질긴 한국의 딸답게 국제 사기꾼 탱고를 붙잡겠다는 일념으로 그날부터 4일간을 내리 ~ 야간열차를 탔던 것이다. 4일째 되던 날, 마침내 상습 사기꾼 탱고는 에서 로 가는 기차안에서 여성의 혼을 빼놓고 있다가 Y에게 들킨 것이다. "이 국제 사기꾼!"하고 Y가 소리치자 탱고는 여자와 함께 "사람 잘못 봤다"며 오히려 정신나간 동양여자로 몰아붙였다. 급한 나머지 Y는 자세를 취하며 필사적으로 한국말로 `사람살려!!'라고 외쳤다.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우리 배낭족과 덩달아(?) 뛰어온 여객 차장에 의해 Y는 다행히 여권과 비행기 티켓 등이 든 배낭을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무용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