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김흥국의 축구사랑
기사입력 1996년 05월 26일 14시 50분
**'월드컵 유치기원' 2002배 단군이래 최고의 흥행 신화라는 한국-AC 밀란()전이 한반도를 들썩이게 하던 지난 24일. 경기시작을 기다리는 들뜬 설렘과는 달리 이날 이른 새벽부터 희뿌연 어둠을 뚫고 산사(山寺)의 절로 향하는 숙연한 발걸음이 있었다.
`호랑나비' 가수 김흥국(38).
그가 한국민의 2002 월드컵 유치 열망을 담아 부처님 오신날에 맞춰 2002배(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새벽 3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집을 나선 김흥국은 봉은사 주지 모상스님의 죽비와 염주에 맞춰 바루공양을 마친 오전6시부터 예불을 시작, 무려 5시간인 오전11시까지 혼신의 힘으로 불상을 향해 절 공양을 올렸다.
죽비란 참선할때 불성실한 수도승의 어깨를 때릴때 사용하는 갈라진 대나무이고, 바루 공양은 아침에 절에서 청소하고 예불을 드리는 일련의 의식을 말한다.
비록 그동안 독실한 불자(佛子)로서 일주일에 2~3번씩 절을 방문하며 빼놓지않고 108배를 해 온 터라 내심 자신감도 없지 않았으나 막상 2002배를 시작해 놓고보니 수도승(修道僧)의 고행(苦行)길과도 같이 험난하기만 했다.
500배 고개를 지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렸고 땀은 비오듯 온몸을 흥건하게 적셨다.
고비때마다 자신의 도전성공 여부에 2002 월드컵 유치가 달렸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내야 한다'는 정신력이 솟아났고
했던 근육이 풀어지며 갈수록 마음은 편안해졌다.
그러나 고통이 왜 없었을까.
김흥국은 마지막 2002배를 마치고는 불당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복받쳐오는 그 무엇에 엉엉 소리까지 내며 `사나이의 눈물'을 흘렸다.
순수한 축구 열정이 빚어낸 한움큼의 눈물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한국에서 유치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불자로서 부처님에게 음덕(陰德)을 구하게 됐습니다"
조용히 산사를 내려오며 김흥국은 축구에 미쳐 온 자신의 삶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음에 가슴이 뿌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