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심재학 끝내기 '효도 홈런'
기사입력 1996년 05월 25일 14시 33분
"하나 넘겨. 그래, 그래, 이~야호!" -현대전이 벌어진 24일 잠실구장.
2-2로 맞선 9회말 심재학이 타석에 서자 강정환사장은 `기도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끝내기홈런을 치기 직전 심재학이 파울홈런을 날리자 강사장은 "재학아, 아버지가 보고 있다. 효도한번 해라"며 간절히 외쳤다.
이날 심재학의 아버지 심윤섭씨(59)는 홈플레이트 30여 뒤인 본부석에서 아들이 극적인 끝내기홈런을 치는 것을 지켜봤다.
심씨는 야구장에 오면 늘 1루측의 관중들 틈에 조용히 묻혀 있다.
혹시 아들이 보면 잘하려는 부담을 가질까봐 그렇다.
그러나 이날은 구단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본부석에 앉고 말았다.
끝내기홈런은 1년전 아버지의 어두웠던 기억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심재학은 작년 역대최고인 2억1천만원의 계약금에 입단했다.
성적부진으로 시즌중 투수전업설이 나온 뒤 2군으로 낙오되자 어머니 이금자씨(59)는 위장병에 걸려 장기입원까지 했다.
2군에 내려가자 위로차 구리숙소에 찾아온 가족에게 심재학은 "방망이로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고 말해 돌려 보낸 뒤 겨울내내 이를 갈았다.
이덕에 작년엔 106경기서 4개였지만 올해는 35경기서 벌써 7개의 홈런을 뿜었다.
이젠 누구나 망설이지 않고 그를 `홈런타자'로 부른다.
이날 경기뒤 심윤섭씨는 잠실 야구장에선 처음으로 아들 앞에 나타났다.
"수고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이 짤막한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지만 심재학은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눈앞이 어질어질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