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30년 경험 경주로에 쏟고 싶다'
기사입력 1996년 05월 25일 14시 30분
"숨소리만 들어도 말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로 만 30년째 말과 함께 생활해온 정운식 조교보(49).
현역 조교보 가운데 최고참이자 최고령인 그는 악벽마 길들이기 등 순치에 관한한 국내 1인자로 꼽힌다.
지난 83년 종마육성소에 마필관리사로 파견됐을 때의 일이다.
당시 종마육성소에는 의 한 고위층 인사가 맡긴 6마리의 말이 있었는데 사납기가 맹수 같아서 세계적인 조교사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순치를 포기하고 있었다.
정씨가 이 야생마들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놓는데 필요했던 시간은 불과 2주. 폐사처리 직전의 말을 단 2주만에 세계적인 명마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 셈이었다.
뚝섬시절 당시 최고의 인기마로 명성을 날리던 `장다리'와 지난해 뚝섬배에서 우승한 `천고마비' 역시 그의 작품.
이들 역시 워낙 사나워 모두들 포기한 말이었으나 정씨의 손길이 닿은 뒤부터 `적토마'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16세의 고령인 `장다리'가 아직도 경주로를 달리고 있는 것은 정씨의 보살핌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인화력이 뛰어나 조교보들 사이에 `친형 같은 선배'로 통하고 있는 정씨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기필코 조교사가 돼 30년 경험을 경주로에 쏟아붓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