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인식감독‘주머니속의 송곳니’
기사입력 1996년 05월 24일 16시 47분
○… `와신상담(臥薪嘗膽)'.
장작더미에 몸을 눕히고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는 유명한 고사다.
스스로를 채찍질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최근 OB 감독의 경우가 영락없는 `와신상담'이다.
김감독은 요즘 유니폼 점퍼 주머니에 이 하나를 갖고 다닌다.
수시로 손을 넣어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가끔 꺼내서 요모조모 뜯어보기도 한다.
바로 며칠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 일부였던 왼쪽 위 송곳니다.
이가 잇몸과 `결별' 한 것은 지난 18일 밤.
수원 현대전서 연장 10회끝에 3대4로 지고 숙소에 돌아온 김감독은 전날 3-0으로 리드하다 3대4로 역전패 한 기억까지 겹치자 울화통이 치밀었고 화가 이로 전달이 됐는지 이만 저만 쑤시는 것이 아니었다. 혀끝으로 살짝 밀기만 해도 흔들려 원래부터 쓸모없는 이였지만 뽑고나면 보기 흉할 것 같아 놔뒀던 것을 이날 실을 묶어 뽑아 버렸던 것. 공교롭게도 그날 이후 OB의 3연승이 이어졌다.
작년에도 시즌전 OB를 최하위로 꼽던 전문가들의 예상평이 실린 신문기사를 오려 접어갖고 다니며 전의를 불태웠던 김감독을 지켜주는 것은 `주머니속의 송곳니'다. 김감독이 특정한 것을 간직하는 것은 가장 아팠던 수모를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역전패는 없다는 집념의 수호신이 바로 주머니속의 송곳니인 셈이다. <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