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초단 ●김영삼 2단 = 본선 토너먼트 제1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24일 15시 45분


제3보 (21~34)=21세의 청년( 2단)과 13세 소년(조한승 초단)의 대좌는 우선 경쾌한 느낌을 준다. 바둑판 위로 깔리는 돌의 흐름까지도 여름 한낮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은 울림이 퍼지는 것 같다. 쌍방이 노타임.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백(전보 백 16)의 시점에서 소년이 꼭 4분을 생각했을 뿐 하변 흑 21까지 막힘 없이 흘러왔다. 백 22에서 다시 2분을 숙고한 소년이 흑 23의 처진 날일자를 보더니 지그시 턱을 고인다. 그냥 흑 29의 한칸으로 받아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나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상대'란 없는 법. 10분만에 백 24가 놓인다. 역시 방향은 우변이다. 흑 25는 좁지만 우상귀를 지키면서 백의 근거를 엿보는 요소. 백 26은 이상감각. 검토실의 몇몇 기사들도 힐끗,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야, 뒷문을 열어놓고 앞문에 빗장을 지르는 꼴이잖아!"

이 수로는 백 1의 양걸침이 무난하다. 흑 2면 백 3, 5로 붙여끌고 흑 6 때 백 7로 전개, 터를 잡는다. 백 30, 흑 31. 소년은 내친 걸음으로 우변에 단독주택 한채를 짓는다. 백 30은 26의 체면을 살리며 터를 확보하는 수였지만 마땅치는 않다. 중앙으로 머리를 세워둔 흑 31이 차후 상변 흑 `가'로 뛰어들어 한바탕 흙먼지를 일으킬 때 어떤 형태로든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백 34는 놓칠 수 없는 요소. 다음 흑의 착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