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생일파티]밤12시 정각 신세대직장인들 유행
기사입력 1996년 05월 21일 16시 06분
"잠시후 자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띠 띠 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시보(時報)에 맞춰 카운트다운을 외치던 사람들이 자정이 되는 순간 함성과 함께 일제히 폭죽을 터뜨린다. 사람들 사이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은채 서 있던 남편이 얼떨떨한 표정의 아내에게 진한 키스를 퍼붓는다.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 `자정 생일파티'가 유행하고 있다.
밤 12시 정각에 시작되는 이 파티는 생일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축하를 해준다는 점에서 생일 등 각종 기념일에 민감한 신세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밤늦게 벌어지는 파티인 까닭에 손님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손쉽게 모일 수 있는데다 짧은 시간동안 이색적인 밤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젊은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이 파티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에 아무런 예고 없이 치러진다는 점이다.
며칠전 아내를 위해 `자정 생일파티'를 열어줬다는 김종성씨(28.회사원)는 "자정파티를 열어주려면 생일을 맞은 사람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한뒤 일부러 밤 12시쯤 친구들과 함께 귀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라디오부터 켜고 시보에 따라 카운트다운을 센뒤 자정이 되는 순간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아내에게 키스를 하면 된다는 것.
지난 15일 자정파티로 생일을 맞았다는 주부 강은영씨(28.서울 대치동)는 "처음엔 남편이 술마시느라 늦게 들어오는 줄 알았다"면서 "남편의 키스로 생일을 시작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예고없이 치러지는 `서프라이즈 파티(surprise party)'인만큼 파티준비도 단출하기 그지없다.
아내는 갑자기 찾아든 남편 친구들을 위해 그저 과일이나 칵테일 정도만 마련하면 된다는 것.
손님들은 집주인과 아내가 파티가 끝난뒤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콘돔, 야한 비디오와 같은 선물들을 준비하곤 한다.
파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40분.
워낙 깊은 밤이기도 하지만 생일을 맞은 사람이 선물을 뜯어 야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면 나머지 시간은 부부끼리 즐기라는 뜻에서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것이 자정파티만의 `에티켓'이기 때문.
얼마전 직장동료 아내의 생일을 맞아 자정파티에 참석했다는 구준기씨(30)는 "야한 선물들이 쏟아져 조금은 짓궂은 면도 있지만 짧은 시간동안 이색적인 분위기가 연출돼 자정파티는 직장인들 사이에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