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주사위는 던져졌다 -조이권
기사입력 1996년 05월 21일 14시 53분
2002년 대회의 개최지 결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오는 6월1일 취리히에서 ()의 집행위원 21명이 투표로 결정하기 까지는 이제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한-일 양국이 벌여 온 치열한 유치 경쟁도 사실상 마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은 한국이나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월드컵 유치 경쟁은 이 89년 11월에, 한국은 같은 해 12월에 각각 개최의사를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쟁은 한국이 94년 3월 유치위원회를 정식 출범시키면서 불이 붙었다.
한-일 양국이 길게는 6년, 짧게는 2년여에 걸쳐 한치의 양보도 없는 뜨거운 득표활동을 벌여 온 것이다.
이는 월드컵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행사의 차원을 뛰어 넘는 국가적 빅 이벤트가 될 만큼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 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할 경우 7조3천9백억원의 경제적 이익이 예상되고, 22만4천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드컵 축구는 이처럼 축구 단일종목의 이벤트이지만 하계 올림픽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그 규모와 경제적 부수효과가 크다.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연인원 시청자는 140개국에서 2백55억명인데 비해 94년 미국 은 188개국에서 약 3백20억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시청자 숫자로 볼때 이에따른 각종 부수적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개최지 투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한-일 양국은 모두가 승리를 장담하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한 나라의 손만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한 만큼 조용히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6월1일의 결정'이 어떤 것일지라도 이성적으로 수용하는 마음의 자세를 겸허하게 가다듬는 일이다.
지난 13일자 워싱턴 포스트지(紙)는 8명의 유럽지역 집행위원들이 회장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 `이제 경쟁은 어느 쪽이 유치에 성공하느냐보다 어느 쪽이 실패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돼버렸다. 실패한 쪽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스포츠맨십을 조용히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지금 한-일 당사국 모두에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