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 25시]백감독의 이상한 투수교체
기사입력 1996년 05월 20일 15시 59분
흔히 삼성 감독을 `승부사'라고 부른다.
5개월 이상의 합동훈련과 선수들의 개성을 철저히 무시한 획일화, 여기에 선발, 마무리 구분없는 마구잡이식 투수기용 등 승리를 위해선 무엇이든지 해온 행태들 때문이다.
그런 백감독이 지난 17일부터 와의 3연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승부사가 아니었다.
17일 경기에서 선발 장정순을 1이닝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좌완 신인투수 로 바꿨다.
장정순은 비록 1번 송구홍에게 홈런 한방을 맞았지만 3,4번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아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백감독의 이런 비상식적 투수교체가 를 내세우기 위해 장정순을 바람막이로 등판시킨 고단수 트릭이었을까.
그렇다면 5년전 감독시절 `위장타순'을 내놓은 것과 다를게 없다.
18일 경기에서는 감독이 경기를 이렇게도 망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발 최창양이 1회말 3점을 준데 이어 2회말에도 연속 2안타를 맞자 최한림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최한림은 배팅볼 투수처럼 얻어 터지며 2회에만 6점을 내주는 등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백감독은 덧아웃에서 팔짱만 끼고 있었다.
결국 최한림은 4대12로 대패한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공 117개를 던지는 고문을 당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아집인지, 고집인지 아니면 자충수인지 모를 백감독이 펼쳐낸 경기는 쓰러져가는 ` 살리기'였다.
19일에도 삼성은 에 패했다.
이틀동안 백감독이 펼친 작전은 `삼성 죽이기'로 이어진 셈이다.
감독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한다.
팀 승리를 위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감독이라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