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왼손타자여 '양눈잡이'가 되라
기사입력 1996년 05월 20일 15시 59분
왼손잡이를 뜻하는 사우스 포(South Paw)의 어원은 재미있다.
일반적으로도 왼손잡이에게 쓰이는 사우스 포는 원래 야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미국의 남부지방에서 올라온 왼손잡이 투수들이 발군의 활약을 보이자 남쪽의 `사우스'와 발톱이 달린 동물의 발을 뜻하는 `포'를 합해 사우스 포라는 말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처럼 오가는 얘기다.
과거 우리사회에서는 왼손잡이들을 도외시했다.
식사는 물론이고 글씨도 왼손으로 쓰는 것을 금기시 할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왼손으로 식사를 해도 그다지 흉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왼손잡이들이 영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에서도 왼손잡이들의 재능은 발군이다.
투수는 물론이고 타격과 수비에서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의 8개구단 중심타자들은 대부분이 왼손이다.
현재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쌍방울의 , 삼성의 , OB의 , 롯데 , 현대 윤덕규, 등이 그들이다.
투수도 막강하다.
작년 유일한 20승투수 을 비롯해 롯데의 , 한화의 , 쌍방울의 , 해태 등이 각팀의 에이스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왼손잡이 투수와 타자가 만나면 천적관계다.
위기에서 왼손타자가 나오면 왼손투수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다.
왼손타자는 왼손투수에 약하다는 통계상의 이유때문이다.
실지로 올시즌 왼손타자들이 왼손투수를 상대로 한 타율은 오른손 타자에 비해 상당히 낮다.
20일 현재 왼손타자들은 왼손투수를 상대로 416타수 91안타를 기록해 2할1푼9리를 기록한 반면 오른손타자들은 1,108타수 292안타로 2할6푼4리의 높은 타율을 구가했다.
참고로 왼손 투수의 볼을 가장 잘치는 선수는 쌍방울의 로 32타수112안타로 3할7푼5리의 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에 약한 것을 통계가 아닌 과학적으로 풀어보자.
왼손타자는 왼손투수가 던지는 볼을 볼 수 있는 가시각도가 좁다.
볼을 제대로 볼수 없으니 정확한 타격을 하기가 어려운 것.
오른손투수의 볼을 오른손타자가 때리는 것과 똑같은 이치인데도 특별히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에 약한 것은 그동안의 행동패턴 때문이다.
세상에는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더 많아 대부분의 행동 양식이 오른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때문에 사물을 주로 보는 눈(Reading Eye)도 오른쪽 눈일수 밖에 없다.
오른손타자가 오른손투수의 볼을 잘 때릴수 있는 것도 바로 오른쪽 눈으로 볼이 오는 방향을 정확히 읽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의 볼을 잘때릴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포츠과학자들은 왼손투수의 투구를 꾸준히 때려보고 볼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오른쪽 눈으로만 보아 왔던 `사물 읽기'를 왼쪽 눈으로 옮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왼손타자들이여 `양눈잡이'가 되라.
그러면 사우스 포의 볼도 내 마음대로 휘두를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