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혐오
기사입력 1996년 05월 20일 14시 27분
**성은 절제능력과 향상시키는 훈련도 필요 20대의 한 여성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고 곧 그와 결혼할 예정이란다. 그러나 자신은 도저히 섹스에 관심이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는 것이다. 약혼자와 데이트할 때 분위기 있는 곳에서 한껏 무드를 연출하는 것은 더 없이 행복하나 그 이상 진행되면 왠지 싫다는 것이다.
"왜 남자들은 분위기 있는 곳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할까요? 내가 양보해서 키스나 애무까지는 허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 진행되는 것은 정말 싫어요. 그 사람은 내가 비정상이래요."
요즘 여성들 가운데는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자신은 도저히 그게 안되니 정신과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
그녀를 진찰해 본 결과 성적 혐오 장애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적 공포감이나 상처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평범하게 성장했으며 심리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신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진찰실에 있다보면 이같은 문제를 호소하며 상담을 청해오는 환자가 꽤 있다. 정신적으로는 분명히 정상인데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면 어딘가 비정상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근래에 들어 각종 성 정보가 난무하면서 상대적으로 성에 대해 담백한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열등감이나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식욕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성욕 또한 마찬가지이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식욕이 증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성을 탐닉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성지식이 모든 사람들은 성을 탐닉하여야 하는 것으로 잘못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때가 많다.
성은 인간의 다른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한 정신의 첫번째 단계인 것처럼 성욕 역시 그렇다.
단, 다른 본능보다 성은 인간관계의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때에 따라서는 절제하는 훈련과 함께 향상시키려는 훈련도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노만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