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5단 ●김영삼 2단 = 2차예선 결승 제12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18일 15시 56분
제10보 (103~155)=백 122에 막기전에 금싸라기 시간을 쪼개 7분 정도 생각에 잠겨보지만 어디에도 역전의 빌미를 잡을 곳이 없다. 오히려 각 국부마다 흑이 더 두터운 형태를 이루고 있어 살이 붙는다면 그건 흑쪽의 집이 될터. 흑 123은 맛좋은(?) 끝내기. 백 145로 끊는 수를 방지하면서 흑 135의 권리를 확보하는, 물경 9집짜리 끝내기다. 백 124도 큰곳. 140의 껴붙임을 남겨두고 우상귀로 달려가 126의 비마(飛馬). 끝내기의 귀족으로 불리는 날렵한 착점이지만 지금은 신명이 나지 않는다. 이후는 변화의 여지가 없는 수순. 흑이 좌상귀에 예약해둔 135의 끝내기를 해치우자 백도 우상귀를 거쳐 마지막 큰 끝내기 140으로 껴붙여간다. 백의 남은 시간은 10분.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흑 141은 정수다. 는 아마추어 초급자들을 위한 길라잡이. 흑 1로 빠져 버티기라도 했다가는 백 2 이하로 간단하게 수가 난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이 채워지고 있지만 이제는 별다른 사연이 없다. 백 155로 흑 한점을 끊어먹을 여유만 있어도…. 그곳에 가고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곳으로 손이 돌아갈 여유는 없다. 흑 155로 유유히 달아나면서 숨가쁘게 이어왔던 술래잡기도 모두 끝난다. 어린 시절 방과후에 텅 빈 학교 운동장을 둘러본 기억이 있는지. 담장도 없는 시골학교. 나른하게 기울어가는 햇살에 기대어 길게 늘어진 미루나무의 쓸쓸한 그림자들. 바둑은 서서히 그렇게 끝나가고 있다.(138=127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