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한양레퍼토리 '구렁이 신랑과 그의 신부'
기사입력 1996년 05월 17일 17시 29분
**군더더기 없는 무대미학 … 맛깔스런 연기조화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에 그 사랑의 참뜻을 일깨워주는 무대가 있다. 극단 한양레퍼토리가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창작극 `구렁이 신랑과 그의 신부'가 그것. 섬세한 감성의 작가 김지원의 소설을 전방위 무대꾼인 최형인( 교수)이 각색, 연출했다.
주제는 구렁이로 태어난 한 남자와 세여자를 등장시켜 사랑-믿음-배신 그리고 오랜 동안의 인내와 시험 끝에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는 게 전부다.
그동안 공연된 작품의 대다수가 사랑을 소재 혹은 주제로 선택해왔다. 그만큼 `사랑'을 무대화하는 것은 다양한 기법이 가능했고 그 주제 또한 영원하다.
이번 한양레퍼토리의 무대는 마치 한편의 잘 지어진 서정시같은 느낌을 주는 매우 세련된 무대미학이 인상깊다. 연출가 최형인과 예술감독 신일수가 호흡을 맞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무대로 만들어낸 것.
또 연극원 교수인 윤정섭의 무대미술은 극장의 운동성을 가능한한 잘 살려내었고 조명과 어우러져 무대전체의 질감이 무척 정제돼 보였다. 올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기술상(의상)을 수상한 김현숙의 의상은 역시 품위있는 색감을 던져주었다.
여기에 비교적 고른 수준의 연기진들이 보여준 밀도 역시 눈여겨 볼만했다. 그동안 주로 소극장 무대에서 활동한 이들이지만 극의 전체를 감싸안을 줄 아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구렁이 신랑의 신용욱과 신부의 박영을 비롯, 이정섭 권해효 임유영 조윤희 이정은 의 연기가 맛깔스러웠다.
다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들려주는 언어가 객석에서 볼때 다소 먼듯한 느낌을 주었다. 24일까지. 오후 4시30분, 7시30분. 747-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