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5단 ●김영삼 2단 2차예선 결승 제12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16일 15시 21분
제8보 (81~104) = 한때 조치훈 9단과 함께 바둑천하를 양분했던 고바야시 고이치9단이 상처(喪妻)했다. 여류 정상을 다투던 시절 13년 연하의 청년 고바야시와 결혼, 바다 건너까지 화제를 모았던 부인 레이코 6단은 최대의 바둑파벌 `기타니도장'을 일으킨 기타니 9단의 장녀. 결혼후 남편 고바야시를 독려, 기성 8연패를 이끌었고 94년에는 맏딸 이즈미까지 입단시켰으며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바야시 부녀의 정진을 당부했다고 한다. 지난해 무관으로 전락한 고바야시는 올해 국내외 대회에서 승승장구하고 이즈미는 올해 저단진 승률1,2위를 다투고 있다. 바둑열정으로 살다 간 고인의 명복을 빈다. 흑 81에 고분고분 백 82. 백◎ , 흑(▲)의 교환으로 좌하쪽 백진의 출구가 열린 상태이고 중앙으로 흘러나온 우변 백일단은 흑 `가'로 차단당하는 약점이 있으니 최대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섣불리 백 1로 반발했다가는 흑 2, 4 다음 A, B 등의 약점이 드러나 위험하다. 흑 83, 85로 중앙에 살이 붙는다. 흑 87에 백 88. 말 잘듣는 학생처럼 기립자세다. 흑 89에 백 90으로 젖혀막는데 10여분을 소비. 지금까지 백은 중앙에서만 40여분을 쏟아부었다. 흑(▲)로 중앙을 선점당한 이후 백의 행로가 얼마나 고통스러워졌는지 여실히 입증되는 장면이다. 흑 91, 93은 기분좋은 빵때림. 백은 다시 10분간 땀을 흘리다가 92, 94로 무력하게 물러선다. 흑 95. 이 두터운 이음 하나에 `이겼다'는 확신이 실린다. 제꺽제꺽 떨어지는 흑의 응수는 거의가 노타임인데 백의 손길을 갈수록 무겁다. 백 98, 100, 102까지 17분. 이제 30여분 후면 초읽기에 몰리게 된다. 흑 103은 좋은 끝내기. 차후 `나'의 곳으로 내려서면 백 `다'로 끊는 수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