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5단 ●김영삼2단(2차예선 결승 제12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15일 16시 09분
7보(67~81)=역시 흑은 좌상일대의 두터움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흑 69, 71은 봉쇄의 상용수단. 엉성하게나마 이렇게 철책을 쳐둔 것은 이일대의 두터움을 최대한 확장하려는 고심책인데.
백 72. 이 한수의 방향착오가 짧은 우세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형세를 뒤집고 만다. 검토진은 일단, 이 수를 패착으로 지목.
백은 이쪽을 움직일 이유가 없다. 백 ⓞ돌들은 언제든 `가'로 건너면 그만이고 우상쪽의 공간은 백 `나'로 밀고나오는 수가 있어 공배나 다름 없는 곳.
지금은 백 1로 중앙 삭감을 서둘러야 할 시기였다. 백이 집으로는 상당히 앞서 있지만 좌변, 좌상쪽으로부터 상변까지 스크럼을 두르듯 넓게 깔린 흑의 잠재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흑 2로 퇴로를 차단하고 나서면 백 3, 5. 아직은 상변 흑의 철책이 약한 데다 중앙 백의 행동반경이 넓고 도처에 지원군이 있어 심하게 공격당할 것 같지는 않다.
흑 73이 승착. 뒤이어 백 74로 짚어 중앙삭감에 나섰지만 한발 늦다.
흑 75, 77은 `잡겠다'는 목적을 가진 공격이 아니다.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무력시위. 벌써 백 78, 흑 79의 교환으로 하변 백진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백 80은 기호지세(騎虎之勢). 몸은 이미 달리는 호랑이 등위에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흑은 즉시 `다'에 젖혀 막지 않고 81로 기분좋게 꼬부려간다. 두터운 수. `라'의 차단을 노리는 강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