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5단 ●김영삼 2단 = 2차예선 결승 제12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14일 15시 47분
제 6 보(55~68)=흑 55는 얼핏, 두터운 수 같지만 졌다면 패착의 오명을 쓸 뻔한 완착. 이 수로는 무조건 56의 곳을 지켜야 했다.
흑이 좌상귀에서 손을 뺐을 경우 백으로부터의 매서운 응징수단이 있다면 흑 55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우상귀 56의 곳을 지킬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백의 반격수단은 백 1에 끊는 정도인데 흑 2로 올라서 별게 없다. 계속해서 백 3으로 잡아봐야 좌변은 흑
가 칼끝을 내밀고 있어 발전성이 약하다(잡지 않으면 흑 A등으로 활용당한다) 오히려 흑쪽에는 B로 한방 알리는 즐거움이 있다.
백 1로 55의 곳을 들여다보는 수 역시 흑 `가'로 찝는 수가 선수로 작용하고 있어 별무신통. 백이 좌상쪽 흑을 째고 중앙으로 진출하는 수는 없다.
우상귀의 3, 三을 점거한 백의 표정은 득의만만한데 흑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흑 57로 하나 들여다본 다음 다시 돌아와 흑 59.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기둥을 세워두지 않으면 집은 커녕, 정처 없이 쫓기는 `보트피플이'될 지도 모른다.
백 60, 62. 하변의 터를 넓히며 시선을 미개척지 중앙으로.
흑 63은 대세점. 이곳까지 백쪽에 선점당하면 바둑은 삽시간에 끝나버린다.
백 64, 66. 마치, 흰개미의 행렬을 보는 것 같다. 초반 우하접전부터 실리노선을 밟아온 백은 어느새 60집에 이르는 부(富)를 축적했는데 좌하귀에 덩그러니 집 한채를 지어놓고 이곳 저곳 두터움을 쌓아온 흑은 넉넉하게 잡아주어도 40집을 밑돈다. 문제는 아직 계산에 넣지 않은 좌상일대의 두터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