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코 전북용병 부활 날갯짓
기사입력 1996년 05월 12일 16시 27분
**개막전 넓은 시야-컴퓨터패스 중원 명지휘 "누가 나를 퇴물(退物)이라 하는가." 전북의 마케도니아 용병 잔코(31.MF)가 기지개를 힘껏 켰다.
올들어 번번이 죽만 쑤던 그가 11일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소속팀이 신생팀 삼성에 0대2로 완패, 그의 활약은 빛이 바랬지만 차경복 감독은 잔코의 `부활'로 위안을 삼았다.
전반 23분 스트라이커 의 뜻밖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그는 그동안의 부진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그라운드를 훨훨 날았다.
`중원지기'로 나서 상대의 공격루트를 적절히 차단하는 한편 자로 잰듯 날카로운 패스와 탁월한 게임 조율능력을 과시, 전문가들로부터 모처럼 "잔코다운 플레이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종료직전엔 비록 김범수의 실축으로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돌파력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잔코는 올시즌 들어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좀체 축구공은 맞지않고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내심 이것이 슬럼프구나하는 불안감 마저 들기 시작했다.
외국 선수들에게 한국 축구는 심한 몸싸움과 `실력보다 투지'가 요구되는 탓에 적응이 쉽지 않다.
잔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비탈리와 함께 한국 무대에 나란히 진출한 그는 개성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불과 10여 경기만에 자신의 팬을 확보할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과시했지만, 올시즌 들어서는 몸이 무겁기만했다.
그러나 이제 페이스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차경복 감독은 "게임메이커 부재로 첫경기를 내줬다"며 "잔코의 게임 조율능력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첫단추를 반듯하게 끼운 잔코의 발걸음이 가볍게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