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기사입력 1996년 05월 12일 16시 27분
○…▲무언 ▲기도 ▲소식.
예상외의 부진으로 꼴찌로 추락한 한화의 최근 풍속도다.
한화 선수들의 부담감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은 식당이다.
20~30명을 수용하는 식당은 대입시를 앞둔 고교 3년 교실처럼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눈을 옆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로지 기도하는 신자처럼 고개를 30도가량 숙이고 조심스럽게 젓가락질만 한다.
그들이 손을 뻗는 곳도 밥과 국 정도.
예전에 즐기던 고기를 비롯한 풍성한 먹거리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식사량도 칼로리 소모가 많은 운동선수들로서는 절식에 가까울 정도다.
삼성전을 위해 10일부터 대구수성호텔에서 머문 3일의 식사량도 여느팀의 절반에 불과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수들도 즐거운 상태에서 밥을 먹어야 소화가 되는데 그렇지 않아 허기만 때우는 정도라고 실토한다.
모 선수는 밥을 더 먹고 싶어도 "야구도 못하면서 밥만 먹는다"라고 동료들이 눈치를 할까봐 수저를 내려 놓는단다.
그러나 삼성전 승리로 4연패의 사슬을 끊은 11일 저녁은 달랐다.
선수들의 입가에 조금씩 미소가 떠올랐고 여기저기서 "공기밥 하나 더요"가 배경음악으로 깔린 것.
한화 선수들이 맘껏 배를 채울날은 언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