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 (3)
기사입력 1996년 05월 11일 14시 32분
전력을 다한 일초는 실로 무서웠다.
모용추는 그녀의 공세가 이토록 빠르고 위력적일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웃."
그녀는 숨을 들이키며 신형을 뒤집었다. 놀랍도록 빠른 신법(身法)이었지만 황보백령은 집요했다.
"죽이리라--."
황보백령은 유령처럼 모용추를 따라 붙었다. 절묘한 보법(步法)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황보백령의 칼이 모용추의 육감적인 몸을 난도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모용추의 입술이 순간적으로 오므라졌다.
"후우--."
바람소리가 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순간 은빛 섬광이 작렬했다.
한 치 두 푼의 은침.
그것은 정확하게 황보백령의 미간을 꿰뚫고 있었다.
아찔함이 그녀의 전신으로 엄습하는 동시에 모든 기억이 하얗게 탈색되어 갔다. 더 이상의 생각도 행동도 이어지지 않았다.
황보백령은 그냥 주저앉고 있었다.
"공주님--."
궁수월의 신형이 번개처럼 쇄도해 왔다.
"물러서랏--!"
호통과 함께 일심부주의 신형이 어른거렸고 무지막지한 장력의 소용돌이에 궁수월은 피를 토하며 나가 떨어졌다.
묵기량도 노성을 내지르며 달려 들었다.
"덤비지마라!"
그는 황보백령을 보호 하기 위하여 자신의 안위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암기를 고스란히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묵기량은 전신의 공력을 단전으로 끌어 모으며 칼을 휘둘렀다.
파팟-- 불꽃이 일어나며 수 종의 암기가 격퇴 되었다. 정신을 수습하고 돌아보니 이미 장내에는 일신의 기도가 범상치 않은 흑의인들로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었다.
"공주님?"
묵기량은 사방을 경계하며 황보백령을 불렀지만 그녀는 미동도 않고 있었다.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설마..."
일심부주가 묵기량의 전신을 틴咀린� 있었다.
"묵사주? 우리는 원한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피차 어려운 길을 선택할 필요는 없지 않소?"
묵기량도 노련한 강호인이었다. 일심부주의 의도쯤은 금방 파악이 됐다.
모용추가 싸늘하게 말했다.
"황보백령은 끝났어요."
묵기량이 조심스럽게 황보백령의 맥문을 짚어 보았다. 맥은 뛰지 않고 있었다. 묵기량의 심장도 그 순간만은 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