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5단 ●김영삼 2단 2차예선 결승 제12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11일 14시 30분
제 3 보 (25~37) = 흑 27은 최강의 반격. 백 30 이하 흑 35까지 외길을 밟아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이 바꿔치기의 결과는 어떤가. 하변 백진을 잠식하면서 터를 잡은 흑도 두텁지만 선수로 귀를 도려낸 백도 불만은 없다.
두텁다고는 하지만 흑 의 위치가 어정쩡하고 `가'의 연결통로를 확보한 중앙 백 석점이 활발해졌다.
아마추어들은 프로의 바둑을 보면서 왕왕, `정석이 아닌데?'하는 질문을 던져올 때가 있다. 그런데도 피차 별 불만이 없는 호각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를 신기해 하기도 한다. 그게 바둑의 묘미다.
`부분적인 쌍방 최선의 응접', 이른바 `정석'이라는 것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별의미가 없다. 그것은 이미 알려진 하나의 길일 뿐이다. 길은 많다.
때로는 외길일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인생의 종점에 닿는 순간까지 무수한 체험을 하게 되는, 또 스쳐지나버리는 `가지 않은 길'도 많다. 문리(文理)에 눈을 뜨면 보이는 길. 프로들은 그 새로운 길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선수를 잡은 백은 4분여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우상귀로 향한다. 그런데 마음이 바뀐 것일까. 백 36의 걸침은 가려던 길이 아니다. 백 ◎들로 뛰어나올 때만 해도 백의 노림은 백 1이었다. 이하 백 7다음 흑 A면 백 B, 흑 B면 백 C, ◎의 골이 깊어 흑 한점은 움직이기 어렵다. 흑 37로 얌전하게 받는 순간 ◎들이 빛을 잃는다. 초반 우하접전에서 백이 `나'의 곳을 씌워가지 않고 ◎로 뛰어나온 이유는 분명 의 노림 때문인데 여기서 진로를 수정한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