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당시 3군사령관 - '패자의 승리' 회고록
기사입력 1996년 05월 10일 15시 52분
## " 12.12 못막은 것은 명령때문"@@ 불행한 사태로 국민과 전우들에 죄스러움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삽니다." , 전대통령 등 12.12사건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3군사령관으로서 역사의 현장 한복판에 서 있었던 씨(70.예비역 육군중장.전 한국마사회장)는 회고록을 통해 "12.12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명령 때문"이라고 밝혔다.
9일 발간된 그의 회고록 제목은 `패자의 승리'. 당시 자신을 54일간 서빙고 분실에 감금했던 12.12 주역들이 구속수감돼 있는 현실을 반영한 느낌이 짙다. 그는 "12.12사건에 대해 알려진 내용중에는 과장된 부분이 많아 이를 정확히 밝히고 싶었다"며 "그날밤 지휘계통에 혼선이 빚어졌다. 국방장관 지시라는 윤성민 육본 참모차장의 말에 따라 26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에 병력출동 준비를 시켰으나 뒤이어 노재현 국방장관으로부터 `내명령 없이는 부대를 절대 출동시키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노장관은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위컴 사령관, 유병현 부사령관, 김종환 합참의장과 함께 있었고 김합참의장으로부터도 `부대출동은 하지 말고 장관의 지시에만 따르라'고 거듭 지시해와 다른 방향에서 수습방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반란군은 쿠데타에 성공, 승자가 됐고 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패장이 되고 말았다"며 "이기면 관군이요, 지면 적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힘이 정의가 되는 세태에 진쪽의 항변은 설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불행한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 때문에 내 인생에 어두운 과거로 남게 됐고 국민과 전우들께 죄스러움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는 또 회고록에 12.12 당시의 상황 메모, 전화녹음내용 등도 게재했는데 녹음에 김종숙 군수사령관에게 "반란군의 자동차대대 출동요청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과 1군사령관및 정병주 공수사령관과의 전방경계에 관한 통화내용이 빠져 있다고 밝혔다. 회고록에는 9년간 마사회장을 지내면서 경마 매출액을 1년만에 133신장시켰던 얘기와 과천경마장을 건설, 88올림픽 승마경기를 치렀던 얘기, 명예회장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들어서게 된 사연들도 함께 수록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들로부터 멀어져 가는 안보의식을 되심고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했다. < 이규승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