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위령제
기사입력 1996년 05월 09일 17시 59분
##31일 안양새마을 연수원서
##인간에게 죽어간 쥐들 명복(?)을 빈다.
20년간 1,000만 마리 이상의 쥐를 잡아온 쥐잡이 회사 사장과 직원들이 유사이래 처음으로 쥐 위령제를 올린다.
화제의 회사는 전국의 쥐들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우방제(서울 강동구 둔촌동).
고급 호텔이나 식당 등 쥐가 출몰하는 곳마다 직원을 파견, 쥐잡이를 대행해주는 이 회사는 창사 20주년을 맞는 오는 31일 오후 4시부터 두시간동안 안양 새마을연수원 대운동장에서 죽은 쥐들을 위한 진혼곡을 울린다.
이 회사가 쥐 위령제를 올리게 된 사연은, 올해가 쥐띠해인데다 인간들의 필요에 따라 무참히 죽어간 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란다.
위령제에는 회사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할 예정.
그러나 프로그램은 위령제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재미있다.
미모의 내레이터 모델들이 나와 위령제 행사를 하늘에 알린 뒤 풍물마당이 한바탕 신나게 펼쳐진다.
풍물마당에는 쥐와 인간이 출연해 핍박받는 쥐의 고단한 서생(鼠生)도 그려진다.
그 다음엔 서혼(鼠魂) 인도 행사. 쥐의 영혼을 제단에 올리고, 이어 무당의 주도로 사람들이 제례를 올린다. 이때 평소 쥐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반드시 술잔을 올려야 한다.
제단 양옆에는 2x3m 크기의 관이 6개 세워진다. 진흙으로 만든 300개의 인형아닌 서형(鼠形)도 제단 한옆에 올려진다. 쌀알을 검게 염색한 쥐똥도 한무더기 푸짐하게 보여줄 참. 이 `작품'들은 추후 회사 전시물로 사용할 예정이다.
클라이막스는 승천제와 축포행사.
승천제는 집 모양을 흉내내 만든 애드벌룬에 쥐의 영혼을 태워 올려보내는 방식이고, 축포와 불꽃놀이는 5분간 진행된다.
축포가 끝나면 사람들은 언제 위령제를 올렸냐는 듯이 태도를 바꿔 바비큐를 들며 술잔을 기울인다.
이 회사의 전순표 회장(60)은 대한민국 최고의 `쥐 천적'.
쥐 잡는 방법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쥐 잡으러 까지 오가는 사나이다.
전회장은 "쥐가 인류의 적이라 수십년간 잡아왔지만,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도 많이 들었다"며 "쥐 위령제를 통해 사죄한 뒤 내일도 변함없이 쥐를 잡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