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8단 ●최명훈 4단 2차예선 결승 제11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08일 19시 04분
총보 (1∼209) = 중견 정수현 8단과 신예 최명훈 4단의 대국에서 우리는 `마음의 안정'이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본다.
정 8단은 지난해까지 기사회 회장을 맡아보면서 대국외의 일로 다망했었다. 집필에도 재능이 있어 원래가 `정수시리즈'를 비롯한 바둑서적 저술에도 많지 않은 시간을 쪼개 스던 그였다.
130여명의 프로기사들이 주시하는 기사회장의 자리는 명예롭지만 또한 그만큼 고단한 자리. 정 8단은, 분주하게 안팎을 돌던 그때의 후유증이 아직은 말끔히 가시지 않은 듯하다.
최명훈 4단은 일찌감치 병역문제가 해결된 상태라 오직 바둑외길에 몰두할 수 있었다.
최 4단의 흑 1, 3, 5 세력포진에 의욕적인 소목, 3.三포진으로 대항한 정 8단은 초반 우변 타개에서 형세를 그르쳤다. 백 22의 침입은 당연했으나 강팍한 흑 23에 하나 올라서두지 못한 것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흑 39는 집이 될 곳으로 상대를 몰아가는 수. 자기 세력권으로 몰아가는 것과 자기 집이 될 곳으로 몰아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수로는 40의 곳으로부터 씌워가는 것이 유연한 착상이다.
백 48은 뒷맛을 아끼는 프로들의 습성이기도 하지만 패착에 가까운 이적수. 여기는 속수 같지만 49의 곳을 먼저 두어야 한다. 흑 49를 당해 안형을 갖추는데 문제가 생기면서 주도권이 완전히 흑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흑 53으로 때려내 패. 흑으로서는 부담 없는 `꽃놀이 패'요, 백으로서는 `목숨이 걸린' 절체절명의 패. 승부는 여기서 판가름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리하게 이어진 패의 공방은 152수에, 백의 삶이 확인되면서 끝났지만 패의 대가로 중앙 흑을 크게 굳혀줘 흑의 승세확립.
이후 다시 중앙에서, 백의 목숨을 건 도박이 시작되었지만 시도자체가 무리였다. 209수에 백대마의 사망신고서가 접수되면서 승부끝.
209수 끝 흑 불계승
(46=56, 66, 72, 78, 84, 90, 96, 112, 124, 130, 136, 142/ 53=59, 69, 75, 81, 87, 93, 109, 119, 127, 139, 145/ 91=104/ 162=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