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씨름 백두급 '절대강자가 없다'
기사입력 1996년 05월 07일 15시 14분
**김경수 이태현 김정필 '빅3'에 진상훈 신봉민 가세 프로씨름판이 `춘추 전국시대'를 맞았다. 김경수(증권) 이태현(청구) 김정필(조흥금고) 등 `판에 박힌 스타'들에게만 의존하던 프로씨름 백두급(100㎏이상)의 판도가 지난 6일 끝난 마산장사대회를 계기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난세(亂世)의 양상이 됐다.
`유명세'나 `네임밸류'와는 관계없이 선수들의 경기당일 컨디션과 대진운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의 백두장사 결정전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일양약품의 진상훈(23)이 정상에 등극한 것이 그 좋은 예.
진상훈은 지난 93년 프로데뷔 이후 우승은 커녕 한번도 4강에 오르지 못해 이번 대회서도 `다크호스'로만 여겨졌을뿐 어느 누구도 우승후보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선수.
그러나 기존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을 능가하는 힘과 테크닉을 과시하며 단숨에 백두급 정상에 올라 소속팀 일양약품의 코칭스태프까지도 놀라게 했다.
이같은 현상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6일 마산장사 결정전서도 계속 이어졌다.
마산장사에 등극한 신봉민(현대)은 지난 94년 천하장사와 백두장사에 한차례씩 올랐던 프로씨름판의 대표적인 선수중 한사람이기는 하지만 김경수나 이태현 김정필로 이어지는 `빅 3'에 가려 이번 대회 우승후보의 반열에까지는 오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그는 마산장사 결정전 초반부터 무풍가도를 질주하며 결승에 오른뒤 95년 천하장사 김경수를 3대0으로 간단히 제치고 프로씨름 1인자의 자리에 복귀했다.
씨름인들은 이같은 예측불허의 프로씨름 판도를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생팀 한보의 박두진 감독은 "무명선수들이 예상을 뒤엎고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스타급 선수들의 저변확대라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