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범인 주장 모녀 눈물의 상봉
기사입력 1996년 05월 07일 14시 39분
**노모 위해 거짓자수한 딸, 어머니 부둥켜안고 오열 서로가 범인이라며 서로를 감쌌던 모녀가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이른 새벽 경기도 광명경찰서 형사계에서 눈물로 상봉했다. 어머니의 범행을 자신의 죄로 안고 20일간 구속됐다 풀려난 딸 정미숙씨(42)와 딸의 고통을 차마 보지 못해 진상을 밝히고 옥살이를 자청한 어머니 이상희씨(72) 모두 솟구치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토해냈다.
5년여동안 포악한 내연의 남편 오원종씨(50)에게 시달려온 딸을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사위를 살해한 모정과 자신을 위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노모를 위해 형벌을 대신 받으려 한 효심이 만난 아픔의 순간이었다.
딸 정씨는 이날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늙은 어머니의 옥살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고 거짓자백 배경을 밝히고 "어머니가 스스로 범행을 밝히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묻어둔 채 끝까지 대신 옥살이를 하려 했다"며 눈물을 떨구었다.
어머니 이씨도 "제 아들도 아비로 생각지 않는 짐승을 저 세상으로 밀어냈다"며 "내 딸이 `모든 것을 제게 맡기고 아무 말씀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바람에 그동안 죄를 뒤집어 쓰고 옥살이하는 딸을 그대로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군복무중 휴가를 나와 사건 당시 집안에 있던 오씨의 친아들(21)은 아버지가 살해된 사실을 할머니에게 듣고도 경찰에서 참고인 진술때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자살했다"고 진술, 새어머니와 할머니 등 두 모녀를 감싼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도 숨진 오씨에게 지난 91년 에서 성폭행당한 이후 부부로 살아온 지난 5년여동안 체모를 깎이고 문신이 파이는 등 온갖 학대에 시달려온 정씨와 곁에서 눈물로 이를 지켜본 이씨의 만남 앞에서 침묵했다.
짧은 만남 뒤 어머니가 수감된 유치장을 망연히 바라보던 정씨는 "내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 어머니가 찾아와 몇번이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만류했다"면서 "어버이날을 유치장에서 맞게 될 어머니를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다"며 힘없이 흐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