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으로 상대 구별 4만 2,000여명 학살
기사입력 1996년 05월 07일 14시 21분
외국인이 아무리 우리말을 유창하게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과는 구별이 된다. 먼저 발음이 우리나라 사람식으로 안된다. 외국인은 고사하고 지방별로도 같은 단어를 발음할 때 어느 지역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평화스런 때는 외국인의 발음이 이상해도 별 상관이 없으나, 어떤 분쟁이나 전시 같은 때에는 적국 사람이냐 아니면 아국 사람이냐를 구별할 때, 자기나라사람들만이 독특하게 발음 할 수 있는 단어를 말하게 한다. 8.15해방이 되면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주인행세를 하며 으스대던 인들이 이남지역에서는 큰 고초없이 자기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북 지역에서는 인이라는것이 밝혀지면 생명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래서 그 사이 우리나라말 익힌 것을 밑천삼아 한국인인 척 하느라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나라말을 막히지 않고 술술해도 발음때문에 인이라는 것이 금방 탄로나곤 했다. 그래서 곤욕을 치른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최대 약점으로는 50음 외에는 발음이 불가능해 금방 탄로나고 만다. 얼굴로 봐서는 얼핏 알아볼 수 없다. 단지 발음으로 구별이 된다. 그런데 요새 젊은이들 중에는 유럽이나 미국같은 데 가서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것을 먹고온 사람들은 순 우리나라말조차도 서양식으로 발음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왠지 비위가 상한다. 그런데 발음 잘못으로 생명까지 잃은 일이 있었다. 구약성서에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기레아데'인은 `에후라임'인들이 자기들 지역에 요단강을 건너서 들어오는 것을 규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 얼굴이 비슷해 여간 해서는 기레아데인인지,에후라임인지 잘 구분이 안됐다. 그래서 요단강을 건너온 사람에게 단어 한마디를 하게 했단다. 히브리어로 옥수수를 뜻하는 `시보레데(SHIBBOLETH)'라는 말을 하게 했다. 그러나 에후라임인들은 `시' 발음이 안돼 `세'라고 발음했다 한다. 그래서 검사원은 `세' 발음을 하는사람을 잡아다 죽였는데, 그 숫자가 자그마치 4만2천명이나 됐다고 한다. 발음 하나로 목숨까지 잃어야했던 예는 지역의 서로 다른 종족간에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