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이종범과 유지현 차이
기사입력 1996년 05월 06일 14시 34분
야구선수생활을 하던 대학 1년때의 일이다.
내가 맡았던 1루 포지션에 잘하는 선배가 있어 후보로 벤치에서 `나팔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8회말 지고 있던 우리팀에 찬스가 생겼다.
"내가 나가면 잘할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물끄러미 감독님을 보고 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감독님이 "야 준비해"라며 핀치히터로 나가란다.
그러나 타석에 들어선 나의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극도의 긴장으로 입에 침이 마르고 방망이를 잡은 손에 떨림이 오는 것이 아닌가.
시 말로 잔뜩 얼어 붙었던 것이다.
다행히 4구를 골라 체면은 세웠지만 바짝 얼어붙었다는 창피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요즘 판은 `돌아온 방위'들로 시끌벅적하다.
특히 `야구천재'라는 해태 과 `꾀돌이' 이 방위에서 해제돼 돌아오자 관심은 몽땅 이들에게 모아졌다.
은 데뷔 첫해 타격왕, 도루왕, 최다안타, 출루율 등 4개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신인에게는 가기 어려운 페넌트 레이스 MVP라는 전무했고 후무할지도 모르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도 이에 뒤질세라 126경기에 출전해 득점 109점(프로통산 2위)에 타율 3할5리, 홈런 15개, 도루 51개로 신인왕에 등극했다.
똑같은 포지션(유격수)에다 1번타자였던 이들은 같은날 방위에 소집됐고 같은 날 해제돼 장에는 18개월만인 지난달 30일 돌아왔다.
나란히 경기에 나선 이들의 전국구 데뷔전의 결산서는 만점, 낙제로 나타났다.
은 득점타와 완벽한 수비로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던 해태에 캠플주사를 놓아 침체일로의 팀을 상승세로 이끌었다.
그러나 만 돌아오면 모든 것이 잘될줄 알았던 는 다소 실망했다.
수비는 그런대로 해냈지만 방망이가 전혀 맞지 않고 있는 것.
사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면 모든 것이 새롭다.
그라운드도 왠지 낯설고 자신에게 볼이 오는 것이 두렵기까지 하다.
아무리 잘했던 선수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야구천재라는 이나 모두 첫타석에 들어섰을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필자와 같은 떨림을 느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긴장을 얼마나 빠른시간에 풀어버리는가이다.
은 세번째 타석에서 단타성 동점타를 날리고 2루까지 뛰어 `역시 야구천재'라는 찬사를 들으며 설렘과 긴장에서 탈출을 해 다음날에는 홈런까지 뿜어내는 등 6게임 통산 2할6푼1리의 타율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은 아직까지도 `감'을 못잡고 있다.
은 5번째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을뿐 6경기 통산 24타수 3안타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은 잘되고 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 의 소질 차이가 아니다.
성경구절 비슷한 말이 생각난다.
`마음을 비워라 그러면 풀리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