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운명(運命)의 장(章)(42)

기사입력 1996년 05월 04일 15시 36분


타르무왕의 출현이었다.

일단의 기마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장내로 들어서는 청나라 황제의 친족(親族).

타르무는 혈도가 제압 당해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아비라를 발견하고는 대경실색한 모습이었다.

"이 무슨 변고냐? 감히 황족(皇族)을 능멸하다니! 누구 짓이냐? 내 그 자를 용서치 않으리라."

오히려 아비라 왕녀는 의아한 듯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지요?"

"하군휘로 하여금 너의 뒤를 추적하게 했노라. 알고 있겠지만 그들의 추적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그게 아니라 왜 날 찾은 겁니까?"

누이의 혈도를 풀어주며 타르무는 심각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오고타가 방문했었다."

과연 아비라는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일심부에 노출됐나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돌아갔다. 너에게 선물 하나를 남기고."

타르무가 손뼉을 치자 회색의 눈빛을 지닌 괴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이지를 상실한 강문호다.

"이게 � 니까?"

"불사신이다. 오로지 널 위해 충성을 하는 실혼인이지."

아비라는 강문호의 전신을 틴咀만� 표정을 냉막하게 굳혔다.

"마침 잘됐군요.. 청국을 위하여 반드시 제거해야할 사람이 생겼는데... 그를 사용해야 겠군요."

타르무의 표정이 흠칫 놀라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

아비라는 차분히 입술을 떼었다.

"심양의 왕자궁에 볼모로 잡혀있는 동방왕가의 무현세자에게 제왕의 도(道)가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타르무는 기겁을 할 듯 놀란다.

"제왕의 도?"

"막아야 합니다."

타르무의 눈에서 신광이 폭사되었다. 일찍이 이런 눈빛을 보인 적이 없는 그였다.

"물론이다. 하군휘는 있는가?"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중에서 하얀 빛이 출렁였다.

백발의 중년인.

소름끼치는 인상의 그 사람은 백발쌍검자였다.

"심양성의 왕자궁을 향하는 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베어라!"

왕녀 아비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바로 동방산장의 이소야죠."

장내는 무서운 침묵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