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어린이 맞아 '패션 꼬마' 거리 누빈다.
기사입력 1996년 05월 04일 15시 18분
**유아프로보다 쇼프로 즐겨 흉내내기 **"유행뒤지면 친구들에 따돌림" 경쟁 … 눈치 볼일 없어 대담해 그룹 `'의 달팽이 머리와 요란한 귀고리. 찢어진 청바지. 샛노란 염색머리에 선글라스... 얼핏보면 젊은이들의 신세대 패션처럼 보이지만 어린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어른들 못지않은 `패션 꼬마'들은 서너명씩 떼를 지어 서울 강남과 목동등지의 아파트촌을 누비기도 한다.
주부 조은미씨(32.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어린이날을 맞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겨우 다섯살바기 딸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귀를 뚫어주겠다고 약속해버린 것.
조씨는 "하도 졸라대서 약속은 했지만 5세짜리의 귀를 뚫어야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며 "딸애 친구들 중에는 귀고리 구멍을 2개나 뚫은 꼬마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주부 유소영씨(33.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며칠전 아들 정민용(5)군을 위해 어린이용 무스를 사야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갑자기 `달팽이' 헤어스타일을 해달라는 거예요. 하도 졸라대서 무스를 줬더니만 이번엔 어린이용 무스가 아니면 절대로 안된다며 고집을 피우더라구요."
이들 꼬마들이 패션에 몰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패션에 민감하지 못하면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목동 세화유치원 황연숙원장은 "꼬마들의 패션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요즘 애들은 유아 교육용 프로보다는 신세대들이 즐겨보는 쇼 프로를 훨씬 더 많이 보기 때문에 가수들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흉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을 흉내내다보니 신세대 젊은이들의 패션을 능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샛노란 염색머리에 짙은색 선글라스를 끼거나 의 해바라기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습은 가관이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의 달팽이 머리만 해도 웬만큼 용기있는 신세대가 아니고서는 감히 따라할수 없는 헤어스타일이지만 남 눈치 볼일 없는 어린이들은 주저없이 따라할 수 있다는 것.
김송이 강사(아동학)는 "몇년전만해도 미시족 엄마가 자녀들 옷을 자기 패션감각에 맞게 꾸며놓아 `미시꼬마'란 말이 나올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꼬마들이 엄마의 패션감각을 앞지르고 있다"면서 "특히 요즘 애들은 어릴때부터 개성있는 어린이가 되게끔 교육받고 있기 때문에 `꼬마패션'은 날이 갈수록 센세이션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