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 통신
기사입력 1996년 05월 03일 16시 05분
**습기많은 '그리운 온돌방'
운동으로 날을 지새는 선수에게는 지친 몸을 추스를 수 있는 편안한 잠자리가
최고의 안식처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나는 원래 `침대 기피증'이 있기로 유명하다.
이상하게도 침대가 맞지 않는 특이체질(?)이다.
어려서 부터 습관도 그렇고 푹신한 침대위에서 자면 허리가 배기고 목덜미가
뻐근하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뒤척여 컨디션에 지장이 있었던 적이 많았다.
대만 전지훈련때도 나와 룸메이트 만 특실인 다다미방을 썼고, 지난해
처음 간 전훈때는 침대밖에 없어 방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훈련중 점심먹고 나무그늘에 누워 딱딱한 땅바닥에서 눈을 붙이는 쪽잠이
얼마나 개운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집에서나 원정숙소에서 오직 온돌방만을 써왔지만 불행히도 에는
없어 온돌 대신 다다미방을 쓴다.
33평형인 아파트도 방 3개 모두 다다미방이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원정때도 그렇다.
그런데 한국의 온돌과 의 다다미를 비교하면 온돌이 백번 낫다.
온돌은 첫째 쾌적하고 따뜻하다.
비가 와 습기가 많거나 날씨가 썰렁할 때 적당히 덥혀진 온돌방에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다 아실 게다.
`허리를 구들장에 지진다'는 것인데 얼마나 따습고 편안한지….
다다미는 방바닥에 난방을 할 수가 없어 전통적으로는 화로를 지펴 불을 쬐지만
요즘은 집이나 호텔 모두 공기를 덥히는 히터를 켠다.
습기가 많은 이라 다다미가 눅눅해 몸이 찌뿌둥한 경우도 있다.
특히 나고야는 한여름 평균기온이 섭씨 35도에 이르고 습기가 많은 곳이어서
여름나기가 약간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사람의 몸인지라 요즘은 괜찮다.
원정때도 다다미방을 고집하는 덕을 본다.
방이 넓을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없는 층이어서 신경쓸 일도 적다.
의 원정숙소인 아카사카 프린스호텔의 다다미방은 방, 욕실, 응접실로 나눠져 있는데 방에서 욕실까지 가면서 응접실의 대형 창문으로 시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오늘도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나눠진 다다미방에서 눈을 떴다.
그런데 갑자기 세계 각국의 호텔에 다다미방은 있는데 한국의 온돌은 왜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뛰어난 전통문화가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도처에 뻗어나간다면 어느
곳에서나 따뜻하고 쾌적한 온돌방에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