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석 > 선장잃은 '실업연맹호' 어디로 …
기사입력 1996년 05월 02일 15시 46분
실업축구연맹 회장 자리가 4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초 전임 신정섭 회장이 잔여임기 1년을 남겨둔채 물러난 이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업연맹측은 급기야 지난달 연맹 이사 3명으로 구성된 `회장추대위원회'까지 구성, 본격적인 영입작업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모 그룹 회장으로부터 12개의 가맹 실업축구단 단장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을 대상으로 의사를 개진했지만 모두가 `부담가는 자리'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고 한다.
대회때마다 썰렁한 스탠드를 감수해야 하는 실업축구의 현실이고보면 스폰서 하나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그렇다보니 TV중계료 수입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월 1백20만원의 협회 보조금도 없어졌다.
결국 각팀마다 회비조로 매년 3백50만원씩을 갹출하는게 실업재원의 전부인 셈이다.
그래서 실업연맹 회장은 늘 최소한의 희생이 불가피한 버거운 자리였다.
전임 신정섭 회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퇴한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해 연맹측이 추천한 파견이사를 대한축구협회가 거절, 이로 인한 갈등 때문이었지만 나름대로의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란게 축구계의 관측이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속에서도 실업연맹은 현재 2억4천만원의 재원을 확보해 두고 있다.
이것 역시 전임회장의 `고군분투'덕이었다.
연맹이 예상하는 재정 자립 기준치인 4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지만 이전의 `빈손'에 비하면 상당히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당초 연맹의 기대는 컸다. 이전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아직도 음지에 놓여 있는 `아마축구'를 떠맡을 만한 인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행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 연맹측으로서는 협회측에 파견 회장이라도 요청해야 할 판이다.
한국축구의 밑둥을 이뤄온 실업축구의 비애다.
< 양정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