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실감독 '지도자가 선수보다 열배는 어려워'
기사입력 1996년 05월 01일 15시 06분
**작년 성적 부진 제자들 진학 어려울땐 밤잠 못자 "지도자생활이 선수시절보다 열배는 힘들더군요." 지난달 29일 경남 진주 구장에서 벌어진 제25회 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서 청주상고를 1대0으로 누르고 우승한 마산공고 이흥실 감독은 1일 흥분이 어느정도 진정됐는지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이 마산공고에 부임한 것은 지난 93년 8월.
지난 3월 전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콸라룸푸르 대첩'의 주인공 최성용(21.) 조현두(23.수원 삼성) 김대식(23.전북) 등이 졸업, 하루아침에 약체가 된 마산공고의 지휘봉을 쥐었을때만해도 막막했다.
넉넉지 않은 학교측 지원과 간판선수들의 대거 졸업으로 신생팀을 이끄는거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특히 작년의 경우 전국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선수들의 대학진학이 어려워졌을 때는 지도자이기에 앞서 `스승'으로서 느끼는 죄책감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지난 85년 에서 프로생활을 시작, 그해 신인왕의 영예를 누렸던 이 감독은 93년 무릎부상으로 은퇴, 지도자로 변신한 후 지금까지 꺾이지 않는 `철학'이 있다.
좀체로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는 출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효창운동장 인조잔디에서 우승하느니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지방대회에서 예선탈락하는게 차라리 마음 편합니다."
드리블하다 미끄러지기 다반사고 화상 걱정에 태클도 시원스럽게 못하는 인조잔디보다는 생채기가 나더라도 땅바닥이 어린 선수들에게 낫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