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패션 유행
기사입력 1996년 04월 30일 15시 31분
## 배낭여행 이후 늘어 … "태극기 상품화" 주장도 국기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성조기' `유니언잭' `오성기' 등 각국의 국기가 도안된 옷 가방이나 액세서리에 이어 최근에는 구두까지 등장,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해외배낭여행 자유화로 불붙기 시작한 국기 패션은 국내 팬시용품점을 중심으로 관련 액세서리를 취급하면서 보급화 일로에 들어서게 됐다.
서울 강남 명동 신촌일대의 번화가에 나가면 옷이나 가방에 국기 배지를 달고 다니거나 자동차 앞뒤유리, 노트북 등 개인휴대품에 국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20세 안팎의 오리지널 X세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발업체들은 X세대를 겨냥한 국기패션 구두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타' `싸딕' 등 맘보구두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국기문양 구두가 6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젊은층에게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명동 `유타'의 최성칠씨는 "하루 평균 50~60켤레씩 나간다"며 "지난해에는 `성조기' 문양이 유행했으나 올해는 국기인 `유니언잭'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폭만 맞추고 길이는 실제보다 길게 한뒤 발끝을 뭉뚝하게 치켜올린 맘보구두는 일반구두와 달리 앞이 넓고 펑퍼짐해 국기 문양을 보다 여유있게 그려넣을 수 있다고.
대학생 김지영양(20. 1년)은 "웬만한 국기로는 시선조차 끌지 못할 정도"라며 " 등 구하기 어려운 나라의 국기나 돼야 그나마 쳐다보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기 패션의 유행은 지나치게 외국 국기 위주로 편향돼 있어 우려를 낳기도 한다.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거나 태극기를 붙인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러나 태극기를 잘못 도용했다가는 `국기모독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업계관계자들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이유의 하나.
김태근씨(26. 대학원)는 "`한국사람들은 왜 남의 나라 국기를 달고 다니냐'는 외국친구 말에 낯 뜨거웠던 적이 있다"며 "무분별한 외국 국기의 게양(?)도 문제지만 태극기의 상품화도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 정경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