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하 화백 '자화상129선'
기사입력 1996년 04월 30일 15시 07분
## 병마와 싸워얻은 예술적 전리품@@ 6일 청담동 박영덕화랑 "한 10년 앓고보니 아무 욕심이 없어요. 내 모든 것을 고백하고 차라리 돌 이가 됐으면, 장승이 됐으면 하는 생각도 많았어요." 초인적인 예술혼으로 병마와 싸워온 국내 화단의 대가 변종하 화백(70)이 6년간의 투병생활중 일기삼아 그려온 `자화상 1백29선'을 5월 6일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공개한다.
88 서울올림픽 문화행사 준비작업중 소뇌 경색증으로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변화백은 1년반의 식물인간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한쪽 눈도 마비된 데다 말도 제대로 할수 없고 손놀림도 어려웠지만 어린아이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런 나날속에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흘러내리는 타액을 닦기 위해 손거울을 보게 됐다. 이렇게 `나'를 찾게 됐고, 불편한 왼손에 작은 하드보드를 끼고 그때그때의 심정에 몰입해 매우 간략하면서도 원초적인 필치의 작업이 시작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 그림을 마음대로 못그려 죽고 싶기도 했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누구를 사랑한 일입니다."
변화백의 자화상들은 단순히 얼굴 그림만이 아니다. 그속에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복잡 미묘한 심리까지 담겨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나의 죽음'`나는 한덩어리의 돌 이만 못해'`자꾸 죽고 싶어서' 등에서는 작가의 절망과 비탄을, 남녀의 성희를 그린 `기념일' 시리즈에서는 작가의 옛사랑을, `세금통지가 과다하게 나와서 정부를 비난하던 날'`마누라가 나보다 잘나보이던 날' 등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보게 된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1년간 애써 작업한 파스텔 판화 작품 10점도 선보인다.
변화백은 "동판화 등이 딱딱한 데 비해 파스텔은 부드럽고 섬세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2백50년전에 단절된 `황백자 김해 자완'을 재현해 그린 도화(陶畵) 4점도 출품된다. 19일까지. 5544-84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