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8단 ●최명훈 4단 = 2차예선 결승 제11국
기사입력 1996년 04월 30일 14시 53분
제3보 (6~21)=중국 상하이에서 속개된 제3회 응씨배 세계대회에서 유창혁 7단과 조치훈 9단이 4강에 올랐다. 최근 국내 양대 TV기전을 제패해 3관왕에 오른 유창혁 7단은 8강전에서 형제대결을 벌여 이창호 7단을 뿌리쳤고 조치훈 9단은 중국의 1인자 마샤오춘을 제압했다. 유 7단은 다케미야 9단을 꺾고 올라온 린하이평 9단과, 조 9단은 9단을 물리친 요다 9단과 준결승 3번기를 갖게 된다. 흑의 우하귀 굳힘에 백 1로 우변을 갈라쳐갈 수도 있지만 정 8단은 백 6으로 좌상귀를 굳힌다. 의 진행이 나빠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귀굳힘을 하나 허용하면서 출발하기는 싫다'는 일종의 취향이다.
흑 7로 갖춰진 우변 흑의 형태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백도 좌상귀의 굳힘을 발판으로 우상귀 백 8로 걸쳐가는 자세가 탄력적이라 불만 없다.
우상귀 흑 9의 한칸협공부터 15까지 평범한 정석코스를 밟아 바둑은 비교적 빠르게 흘러간다. 백 20까지 담담하게 그려지는 한폭의 `수묵 담채화'.
이 조용한 세계에 때때로 일진광풍이 몰아치기도 하니 신기할 일이다. 가로 42.5㎝ 세로 45.5㎝의 작은 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무궁한 변화의 세계.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초원의 영웅 칭기즈칸을 따라 세계사에 유일무이한 대제국을 건설했던 야율초재(耶律楚材)는 일찍이 바둑을 이렇게 표현했다.
興亡千古事(흥망천고사)
勝負一枰碁(승부일평기)
`천고의 흥망사, 모든 승부가 이 작은 한판의 바둑에 깃들어 있도다'.
오늘날 기계문명의 요람에 누워, 작은 일에나 노여워 하는 우리는 얼마나 왜소한가. 한번쯤은 가슴을 활짝 열고 크게 호흡을 가다듬을 일이다.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