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코리아' 꿈에 미친사나이 한영하 사장
기사입력 1996년 04월 29일 14시 51분
**가게엔 온통 '2002' 현수막과 깃발-손님들에 배지 선물
**축구인들 단골… 유치땐 술-안주 무료제공 약속
서울 강남구 제일생명빌딩 뒤에 있는 단란주점 `스포츠맨 클럽'의한영하사장(41)은 요즘 미쳐산다.
증세는 월드컵 소식이 들려오면서 시작됐다. 요즘은 아주 중증(重症). 술집
입간판에 `2002' 스티커를 붙이고 깃발도 내걸었다. 축구협회로 달려가
대형 `2002' 현수막을 얻어다 주점안에 붙였다.
명함에 `2002' 로고를 인쇄했고, 화장실 변기 위에도 `2002' 스티커를 붙였다.
그래도 미진해 `2002' 티셔츠 100여장을 손님들에게 선물했다. 유치위원회에서
배지도 얻어다 나눠주고 있다. 배지가 떨어지자 얼마전 자기돈을 들여 다시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종업원들에게도 `2002' 배지를 달게하고 있다.
벽에는 낙서판. 손님들에게 격려문을 쓰라는 취지다. 손님들은 `2002년 한국,
4004년 ' `는 우리땅, 월드컵도 우리땅' 등의 격려문을 썼다.
축구광 손님들에게는 카운터에서 은밀히 술값을 30%나 깎아준다.
"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되면 가게이름도 아예
`2002'로 바꿀 생각이에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60평의 단란주점은 이미 축구인들의 명소로 유명하다.
축구공, 축구사진 따위로 인테리어를 한데다 무대 뒤편의 모니터에는 발가벗은
여자 대신 축구게임 테이프가 돌아간다. 펠레시절의 흑백필름부터 최근
의 명게임에 이르기까지.
김흥국 강석 등 축구광 연예인들도 단골. 김흥국과는 죽이 맞아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축구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시절, 선수로 활약하면서 시작됐다. 중학교때 어른들
반대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아들 주원군(13.중1)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있지만 잘 안된단다.
유명 나이크클럽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축구 잘하는 사람만 웨이터로 뽑곤 했다.
"새벽 4시쯤에 영업을 끝내고 뒷정리좀 하면 5시죠. 그 시간에 웨이터들을
운동장으로 몰고나가 축구를 했어요."
형제들도 축구광.
94년에는 미국에 월드컵 응원하러 갔다가 형 영일씨(43)를 운동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특히 운동장에서는 동생 영칠씨(35)를 우연히 만나 형제가
온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입(口)응원만으로는 부족해 꽹과리와 호루라기까지
동원, 현지 신문과 TV에도 심심찮게 나왔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일인 6월1일, 그는 술과 안주를 무한정 공짜로 내놓을 생각.
만에 하나, 한국이 안된다면?
"무슨 소리예요? 말도 안되는 소리!"
펄쩍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