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운명(運命)의 장(章) (37)

기사입력 1996년 04월 29일 14시 24분


그래도 남궁도는 사내였다.

"부상이 심하니 잠시 요상 하시오. 그는 내가 상대 하리다."

남궁도의 시선이 묵양대인에게 옮겨졌다.

묵양대인은 기분이 몹시 언짢아 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무리들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린격이 아닌가.

묵양대인이 무섭게 훑어봤다. "자네가 벽천무상검 남궁도인가?"

상대방이 신분을 알고 묻자 남궁도가 예의 점잖은 얼굴로 포권지례를 취했다.

"그렇소이다. 노선배님의 존성대명(尊姓大名)은 어찌 되시오?"

묵양대인은 여전히 냉랭한 기색이었다.

"강호에 이름을 내놓기가 부끄러운 소문파(小門派)의 문주요. 그런데 중무련에서는 황금사원을 무림의 공적(公敵)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고 있소만 그게 아니오?"

"맞소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황금사원의 공주를 구해 주려는거요?"

일심부주의 날카로운 지적에 남궁도는 갑자기 변명이 궁색해졌다.

"그게…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를 위해 나서려는 건가?"

남궁도가 슬쩍 황보백령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중무련에서 해결하려는 겁니다."

"해결을 하다니?"

"노선배께서도 노리는 물건이 바로 봉황시가 아닙니까?설마 아니라고 말씀 하시지는 않겠죠?"

묵양대인은 시인했다.

"그건 강호 무림인들이 누구나 원하는 물건이지."

"그렇기 때문에 중원에서는 피의 사단(事端)이 발생하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황금사원은 중원진입을 포기하고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때 황보백령이 싸늘하게 웃었다.

"호호호… 대륙의 주인이 누구죠? 중무련이 우리를 언제까지 어떻게 막을 수 있다는 거죠?"

남궁도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중무련은 중원에서 더 이상의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소이다. 부디 황금사원의 공주께서도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반드시 따라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그는 추호의 위선도 없이 당당한 모습이었다. 드문 사내였고 그래서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문득 황보백령은 생각했다. 목엽을 만나기 전에 남궁도란 사람을 알았다면》 어쩌면 그는 단번에 황보백령의 마음을 차지 했을 지도 모른다고.

일심부주가 음흉하게 말했다.

"황금사원은 중무련에 대해서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 과연 순순히 따를 수 있을까?"

황보백령이 창백한 웃음을 흘렸다.

"걱정 말아요. 난 지금 한 가지 결심을 했으니까."

중인들이 전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황금사원의 여주인인 황보백령이 어떤 생각을 굳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