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석 > '시청률 지상주의' 유감
기사입력 1996년 04월 29일 14시 24분
`방송의 공영성 추구란 생사를 건 시청률 확보 경쟁속에선 결국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방송 3사가 일제히 시청률 조사를 재개했다.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방송 저질화를 막고 공영성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중단한지 불과 1년만이다.
가 연초 시청률 조사기관인 MSK(미디어 서비스 코리아)와 계약을 하고 비공식적으로나마 시청률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도 5월1일부터 같은 자료를 제공받기로 했다.
SBS 역시 여기에 뒤질세라 서둘러 MSK와 손을 잡기로 하고 공식적인 계약체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공영방송을 자임하며 가장 먼저 시청률의 굴레를 벗기로 앞장섰던 가 결과적으론 주역을 맡은 셈이다.
"더이상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시청률 무시'를 주장했던 3사의 태도변화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의 위상은 곧 시청률이라는 `시청률 지상주의' 탓이다.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공영성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지만 크게 개의치않는 느낌이다.
지난 1년동안 방송 3사 공히 겉으론 `시청률 무용론'을 내세우면서도 안으론 끝없이 시청률 확보에 혈안이 돼왔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청률의 신뢰도 문제점도 차제에 심각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전국적인 시청률을 산출하는 조사에 동원되는 표본추출 가구수가 3백을 넘지않는다는 사실은 방송사 스스로도 그 대표성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다.
가구마다 일일이 장비를 설치해야하는 비용과 정확도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인 여론조사에 이용되는 최소한의 표본수치와는 턱없이 차이가 있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질좋은 방송을 만든다'는 명분은 방송의 공영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늘 사용돼온 단골메뉴다.
방송사 스스로 공영성을 침해하는 시청률 경쟁에 몰두하는 한 `질좋은 방송'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 강일홍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