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기사입력 1996년 04월 28일 16시 31분
**"유치 실패때 엄청난 타격" 작용 이미 사그러진 것으로 보였던 2002년 한-일공동개최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유럽의 집행위원 8명이 아벨란제 회장에게 한-일공동개최를 요구하고 있다'는 논거에서 공동개최 검토를 시사한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27일 국내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가운데 서도 유사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유럽쪽의 입장을 인용, "한-일중 어느 한 나라가 월드컵을 유치할 경우 패배한 나라는 엄청난 타격을 받아 축구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총 21명의 집행위원 가운데 유럽의 8명을 비롯해 아시아, 등
무려 14명이 공동개최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대세가 이러한 마당에 정부로서는 양국의 관계 악화가 명약관화한 단독개최보다는 공동개최의 타당성을 검토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공동개최론의 발원지는 정치권이다.
작년 7월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이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간사 자격으로 처음 제기한 정치권의 한일공동개최 주장은 이후 국민들의 비등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공식 부인된 후 같은 해 민간창구인 한-일 포럼에서 2차례 재기됐다가
다시 수면하로 잠적했었다. 이번 공동개최론의 도화선은 지난달 96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당시 술탄 하지 아마드 샤 (AFC) 회장이 4개 대륙연맹과 아벨란제 회장에게 한-일공동개최 촉구서한을 보낸데서 비롯됐다. 그의 서한에 대해 아벨란제는 `1국 개최'가 명시된 규정을 들어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이달초 유럽축구연맹()이 요한손 회장()의 명의로 공동개최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회장과 함께 반(反) 아벨란제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요한손의 공동개최지지는 한국측에 일종의 충격이었고 여기에다 친한파로 알려진 하야투 연맹(CAF) 회장도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술탄 AFC 회장이 콸라룸푸르에서 한-일 축구협회장을 불러 공동개최 의사를 타진했을 때 의 나가누마 켄 회장이 일언지하에 거절한데 반해
회장은 `가 원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공동개최에 여운을 남겨둔 것은
음미해볼 대목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한-일 양국과 의 입장이다.
만일 한-일이 극적으로 공동개최에 합의한다면 아벨란제가 `절대불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정관의 개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투표를 한달여 앞둔 시기에서 터져나온 이번 공동개최론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