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코치 알바레스'팔 떨어지겠네'
기사입력 1996년 04월 28일 16시 30분
`지옥에서 보낸 한 철.'
풍차처럼 연신 팔을 돌려대도 결과는 말짱 도루묵.
롯데 알바레스 주루코치는 지난 27일 OB와의 2차전에서 지옥에서 건져져 다시 세상에 태어난 기분이었다. 불과 5년전만 해도 거북이 팀이었던 롯데의 엔진을 최상급으로 바꾸는데 나름대로 한 몫을 했다고 자부하던 그도 이날 롯데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에 11회말까지 얼굴을 들 수 없었던 것. 4-4 동점의 상황에서 6회말 1사 1,2루 상황.
3번 가 우익수앞 안타를 치고 나가자 알바레스 코치는 연신 팔을 휘저었다. 제 아무리 강한 어깨인 우익수 라 해도 다이렉트 송구는 무리라 판단했고 2루주자 김민재의 스타트로 충분히 홈까지 도착하리라 여겼던 것. 그러나 김민재는 홈에서 아웃당했고 찬스는 물거품이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알바레스 코치의 얼굴이 납빛이 되진 않았다.
1점차로 뒤지던 9회말 무사 만루.
8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전안타를 치자 알바레스 코치의 팔은 다시 풍차를 돌리기 시작했다. 3루주자 김민호의 홈인후 2루주자 김종훈도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다 OB 중견수 의 홈송구로 그대로 아웃. 일순간에 사직구장이 얼어붙었고 알바레스 코치의 다리엔 힘이 쭉 빠졌다.
연장까지 가는 끝에 1승을 챙겨 주루플레이에 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갔지만 면목이 없었다. "Loser tells not tactics!(패군지장은 병법을 말하지 않는다.)"
경기엔 졌지만 알바레스 코치는 이날 자신의 영역에선 OB에 져도 단단히 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