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운명(運命)의 장(章)(34)
기사입력 1996년 04월 26일 15시 34분
그녀는 진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점차 싸늘하게 체온이 식어가고 있는 영영으로 인하여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밤새도록 달렸지만 인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기분 나쁜 인상의 일심부주만이 나타났다.
그는 황보백령을 가로 막았다.
소름끼치는 위인이었다.
"봉황시를 내놓게나."
황보백령은 호흡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귀하는 내가 그러리라고 …학하 … 믿소?"
"물론.황금사원의 공주는 현명하다고 들었으니까."
황보백령은 상대가 보통 능구렁이가 아니며 무공 또한 공포스러운 존재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린 하등의 원한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
"봉황사로 인해서 은원이 생기는거 아니겠소.그러니 넘겨 주시게."
매우 점잖은 협박.
황보백령은 급박한 생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영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중얼거렸다.
"어린아이를 이용하는 무리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지."
일심부주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그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황보백령의 얼굴에도 추상같은 서릿발이 어린다.
"귀하가 일심부의 주인이라 할지라도 내게는 통하지 않아."
묵양대인의 안면에 조소가 흘리겠군."
"흥…용기있는 사람만이 관을 볼 수 있는 법이지."
코방귀를 뀌는 황보백령.
그러자 일심부주의 전신에서 무형의 살기가 서서히 피어 오르고 있었다.
황보백령은 품안의 영영을 살그머니 내려 놓는다.
그녀는 체내의 공력을 일순(一巡)시키며 묵양대인의 공격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장내.
"탓!"
아주 짧은 기합소리와 더불어 묵양대인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쇄도해 왔다.
황보백령은 체내의 진기를 손끝으로 모으며 부친으로부터 직접 진수(傳受)받은 소림의 탄지신통술(彈指神通術)로 손가락을 튀겼다.
핑핑.
고막을 울리는 파공성이 일어나며 두 줄기 강기(剛氣)가 폭사되었다.
묵양대인은 단숨에 황보백령을 덮치려고 달려 들다가 혼비백산(魂飛魄散)하고 만다.
"으헙."
묵양대인은 위기를 모면 하고자 전력을 다하여 양 소매로 공격을 발출함과 동시에 경공술을 발휘했다.
그는 이 장 밖의 나무위로 간신히 올라서며 서둘러 자신을 살폈다.
의복에 구멍이 뻥 뚫려있지 않은가.모골이 송연하였다.
분노도 극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