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운명(運命)의 장(章) (33)
기사입력 1996년 04월 25일 15시 40분
옷자락의 펄럭임과 함께 석부용의 후미에 있던 두 그림자가 섬광으로 폭사되어 왔다.
믿을 수 없게 빠르고 놀랍도록 절묘한 공격.
그러나 목엽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지면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그는 일학중천(一鶴仲天)의 신법으로 공중으로 떠오르며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 처럼 쏘아갔다. 목표는 석부용이었다.
목엽의 기쾌한 임기응변은 수세를 단번에 공세로 역전 시키며 상대의 맥을 노리는 수법이었다.
염정선라 석부용은 대경하였다.
"물러가랏!"
그녀는 호통과 동시에 수중의 검을 발출하여 연달아 선라십이초식(仙羅十二招式)을 전개하였다. 순식간에 여명의 섬광이 석부용의 검끝에서 줄기줄기 뻗어나왔다. 그녀의 동작은 고수답게 절도가 있었다. 목엽은 허공에서 짧은 기합성을 토하며 몸을 뒤집는다. 상대방의 검초를 무력화 시키면서 재차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이소야.
이번에 그의 신형은 놀랍게도 오장쯤 떨어져 있는 한 필의 준마를 향해 쏘아가고 있었다.
그 말은 아라가 타고 왔던 것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장내의 사람들은 저마다 깜짝 놀라고 만다. 설마 대황제일검 이소야가 이렇듯 용의주도(用意周到)한 방법으로 도주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럇…."
목엽은 준마의 안장위로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말고삐를 나꿔챘다. 놀란 말이 갑자기 지면을 박차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경장의 은자여인이 표창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어림없다."
그녀가 양 손의 암기를 떨치려는 순간에 어디선가 섬뜩한 파공음이 쇄도해 오고 있었다.
화살.
푸르스름한 귀기(鬼氣)의 화살촉이 갑작스럽게 확대되어 눈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은자여인이 미처 방비를 할 사이도 없이 화살은 그녀의 미간을 궤고 있었다. 고막을 울리는 둔탁음과 함께 여인은 골이 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아우성이 뇌를 뒤흔들었다.
아귀는 그 광경을 목격했다.
활은 아라가 발사한 것이었다. 은자여인이 무너지는 순간 아라의 예궁에는 이미 다른 화살이 대기하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
그 화살이 이번에 노리는 것은 염정선라 석부용이었다. 그녀는 무섭게 놀라고 긴장된 얼굴로 아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