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순 '러키보이' 구원승 행진
기사입력 1996년 04월 25일 15시 03분
**작년 '임의탈퇴' 분통 씻는다. 삼성 장정순(30)이 행운을 몰고 다닌다. 2경기 등판에 2승.
그것도 모두 승패가 불확실한 중간에 투입돼 거둔 구원승이다.
지난 18일 대구 해태전에서 선발 에 이어 나간 장정순은 꿈에도 승리투수는 생각하지 않았다. 올시즌 첫 등판이라 어떻게든 긴장을 풀고 마음껏 던지려고 애를 쓸 뿐이었다. 2-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장정순은 그러나 중반이후 터진 타선의 도움으로 뜻하지 않은 1승을 챙겼다. 장정순의 행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4일 인천 현대전.
4회말까지 스코어는 5-0으로 삼성이 앞서 있어 선발 의 승리가 굳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던지던 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고 5회말 2사 만루에서 구원으로 나간 장정순은 또다시 멋쩍은 승리를 거저주웠다. 장정순 자신도 초반 레이스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다.
94년말 한화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장정순은 2차례에 걸친 무릎수술로 선수생명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임의탈퇴로 공시된 끝에 연봉 6백만원이 깎이는(올해 연봉 3천만원) 설움속에 재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60이닝 이상을 던지면 작년 연봉을 보상해 주겠다는 옵션을 단 채로.
지금 장정순은 옵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장정순이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됐죠, 뭐."
경상도에서 새삶을 연 충청도 사나이 장정순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