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 위선을 벗는 알몸연기 열정
기사입력 1996년 04월 24일 15시 19분
**연극 '어떤 고백' 주연 미란다역 맡아 **"외설 선입견 깨고 싶어요" 탤런트 이 연극배우로 변신, `알몸연기'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극단 까망이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어떤 고백'(연출 이용우.4월4일~6월16일)이 그녀의 변신 무대.
여주인공인 미란다로 출연중인 그녀는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찼던 미란다가 죽음을 앞두고 남자주인공 클랙에게 진심을 드러내는 극의 마지막 장면서 10여초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전신 누드를 선보인다.
무명배우가 아닌 스타급 배우가 연극 무대서 알몸을 드러낸 것은 이 처음이다.
그녀는 "이번의 알몸연기가 극의 흐름상 설득력이 있고 외설과는 거리가 멀어 과감하게 옷을 벗어던졌다"고 말했다.
관객들 역시 "여배우가 희미한 촛불 아래서 뒷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는 장면이 파격적이긴 하나 외설적이란 느낌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고백'은 존 파울즈의 원작소설 `콜렉터'를 연출가 이용우씨가 새롭게 각색한 작품.
`콜렉터'는 지난 94년 극단 포스트가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연극화, 여배우를 10여분간 알몸으로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연출자가 구속되는 수난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이른바 `벗기기 연극'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켜 그 뒤 외설혐의가 짙은 연극이 잇따라 공연되기도 했다.
연출가 이용우씨는 "원작이 국내에서 음란 외설에 이용돼 사회적 물의까지 빚은데 대해 연극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서 "실추된 예술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나는 이렇게 만들었다'라는 시위로 `어떤 고백'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우씨는 원작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각색해 최장기 소극장 공연기록을 남기는 등 연극계의 주목을 받아온 역량있는 연출가이다.
처음 출연제의를 받고 망설였던 은 "새로 각색되어 나온 대본을 읽어보고 `미란다' 등으로 평가절하된 존 파울즈의 원작이 결코 외설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공연시간은 오후 4시30분, 7시30분. 더블캐스팅에 따라 은 화,목, 토요일에만 출연한다.